검찰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상사와 부하, 수사검사와 보조직원간에 권위적이고 딱딱한 문화를 서로 존중해 주고 부드럽게 대하는 문화로 바꾸려는 노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서울서부지검은 얼마 전부터 매주 토요일을 ‘캐주얼 데이(평상복을 입는 날)’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검사와 일반 직원 모두 처음에는 어색해 했으나 지검장이 티셔츠에 진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면서 ‘솔선’하자 지금은 모든 직원이 이를 따르고 있다.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 이 날은 당직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오후 6시 정시에 퇴근해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 집 대신 술자리 등 ‘옆길’로 새면 벌점을 받는다.
직원들이 가장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행사는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호프 데이’. 검사와 일반 직원 10명이 한 조를 이뤄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어울림의 날’이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술을 ‘사주는’ 자리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어울리는 자리다.
올 2월 부임 직후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김회선(金會瑄) 지검장은 “검사와 일반 직원은 상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의 종류가 다를 뿐이라는 것을 검사들에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업무 이외의 활동도 활발하다. 매주 토요일 점심시간에 영어로 시사토론을 하는 ‘새터데이 런치클럽’도 있는데, 이 모임에는 지검장도 회원으로 참가한다.
서부지검 직원들은 “민원인들도 검사나 직원들이 친절해졌다고 고마워하고 있고, 장기 미해결 사건이 눈에 띄게 주는 등 업무효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