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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낯 뜨거운 ‘盧비어천가’

입력 | 2004-05-09 18:37:00


경남 김해시가 만든 관광책자에 노무현 대통령의 출생과 생가(生家) 등을 미화한 내용이 실렸다.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인 만큼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자는 취지이며 정치적 고려나 미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 김해시 설명이다.

그러나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아닌 ‘盧비어천가’로 해석될 만큼 낯 뜨거운 대통령 찬양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김해시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했다. 그런 ‘정치적 고려’ 없이 책자를 만든 김해시라면 과연 지방분권화시대에 걸맞은 행정을 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 책자는 첫째, 시대착오적 내용을 담고 있다. 김수로왕과 노 대통령 등 ‘두 명의 왕’을 배출한 지역이라 제작했다니, 지금이 왕정시대란 말인가.

둘째, 사실 왜곡이 심각하다. ‘참여민주주의에 의해 탄생된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이라니, 참여민주주의와 반(反)참여민주주의가 따로 있다는 건가. 마치 그간의 민주화과정을 부정하고 노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시조(始祖)로 각인시키는 인상을 준다.

셋째, 아무리 사실이라 해도 백마가 등장한 태몽과 ‘노 천재’의 성장을 소개한 것은 과공비례(過恭非禮)다. 이 같은 개인 신격화(神格化)는 민주주의 제도하의 대통령을 욕보일 뿐이다.

이 책자가 만화이고 전체 106쪽 가운데 5쪽만 대통령 관련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어갈 일은 아니다. 김해시가 대통령에 대한 경의와 충성을 보이기 위해, 쉽게 말해 아부하려고 국민의 혈세를 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책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김해시 공무원들의 의식이 더 문제다. 김해시는 즉각 책자를 수거하고 제작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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