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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조인직/분당집값 다른 신도시보다 왜 더 올랐나

입력 | 2004-05-09 17:59:00


본보 7일자 경제-부동산면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이 다른 수도권 신도시보다 10년 전에 비해 훨씬 비싸졌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세간에는 ‘강남 팔고 분당 간 주부’를 가리켜 ‘돈 굴리는 감각이 부족한 부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지만 요즘은 ‘선견지명이 있는 분’으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대심리’가 시세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합니다. 강남권의 테헤란로 이남과 판교∼분당∼용인을 잇는 주거벨트가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그 혜택을 분당이 받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이죠.

제가 접촉해 본 주민들은 ‘교통 여건의 개선’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지난해 9월의 지하철 분당선 개통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분당의 한 회사원은 집 근처 수내역에서 테헤란로 인근 한티역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게 됐다며 자랑했습니다. 다른 신도시행 광역직행버스가 서울시내 간선도로에서 비교적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데 비해 분당은 강남권에서 쉽게 ‘신호등 없는 도로’로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소득 수준의 차이가 시세로 반영됐다는 말도 있습니다. 10년 전에도 분당에는 서울 강남권 주민들이 ‘전적(前籍)상’ 주류를 이루긴 했지만 신도시 주민들은 다같이 ‘중산층’으로 통용됐던 게 사실입니다.

분당에는 기업인 자영업자 공무원 등이 초기에 터를 많이 잡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들은 직업여건상 경기변화에 따라 ‘돈 벌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이후 비슷한 계층의 확대 재생산이 꾸준히 이뤄져 자연히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이유로 분당의 집값이 이제 꼭대기를 향해 가고 있다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수지 죽전을 비롯해 동백 보라 등 용인권의 다양한 택지개발지구가 차례로 개발되면 같은 서울행 도로를 쓰기 때문에 그만큼 출퇴근길이 어려워질 것이며 과밀화 때문에 주거여건도 그만큼 나빠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입니다.

조인직 경제부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