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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2000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 취임

입력 | 2004-05-06 18:52:00


▼‘글로벌 러시아’의 차르▼

‘푸틴 그로즈니!’

천둥 번개처럼 무섭고 두려운 푸틴이라는 뜻이다.

반대파를 용납하지 않는 단호함과 절대적인 통치 스타일에서 사람들은 러시아 최초의 차르(황제) 이반4세를 떠올린다. 16세기 러시아제국의 기반을 닦은 이반4세의 별칭이 바로 ‘이반 그로즈니(이반 뇌제·雷帝)’다.

오랜 기간 ‘공포와 전율’을 통해 지도자의 힘을 가늠해 온 러시아. 그들은 체첸반군을 “경멸스러운 짐승”이라고 부르며 무자비하게 짓이긴 푸틴에게서 ‘강한 러시아’를 보았다. 그 부활의 노래를 들었다.

군사작전을 통해 민심을 얻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푸틴 보나파르트’의 등장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중앙무대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는 무명이었다. 제정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라는 것, 정보기관인 KGB와 그 후신인 FSB에서 15년간 근무했다는 것,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을 지냈다는 게 알려진 전부였다.

그가 총리를 거쳐 2000년 5월 러시아 제3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 불과 3년 동안의 일이다. 전광석화와 같았다.

말수가 적고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블랙박스’ 푸틴. 그는 올해 집권 2기를 맞는다.

푸틴은 구소련 해체 후 10여년 동안 계속돼 온 혼란을 가라앉히고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직전의 경제를 구해냈다. ‘옐친 패밀리’와 마피아를 등에 업은 ‘올리가키(과두 재벌)’의 목을 땄다.

러시아 국민은 기적을 원한 게 아니라 질서를 원했고, 푸틴은 부응했다.

그러나 푸틴에게는 ‘네오 스탈린주의자’라는 비난이 따른다. ‘법의 독재’를 내세운 개혁 드라이브는 언론과 야당을 무력화해 러시아의 시계를 뒤로 돌려 놓았다는 것.

대외정책에서는 한결같은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상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되 항시 그 중심에는 국가 이익이 놓인다. ‘차가운 얼굴을 가진 카멜레온’(르 피가로)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인류 전체를 대신해 국가와 사회체제의 실험장 역할을 해온 러시아.

푸틴은 지금 ‘글로벌 러시아’를 실험하고 있고, 그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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