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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믿음을 판다”

입력 | 2004-05-05 15:14:00


주부 박현주씨(35)는 지난달 서울 영등포 CJ 연구소에서 진행된 '햄 만들기' 요리교실에 참가했다. 아이들이 햄을 워낙 좋아하지만 가공식품이라 몸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던 차에 체험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박씨는 "직접 만들어 보니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J는 지난달 시범적으로 두 차례 열었던 이 행사를 앞으로 자녀와 함께 참가하는 행사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버리고, 먹이고, 보이고, 고발하고, 만들게 하고, 쓰게 하고….'

유통업계에서 '믿음'을 파는 신뢰마케팅이 한창이다. 경기침체가 극대화되면서 제품 광고조차 잘 먹혀들지 않자 소비자의 믿음을 얻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 제품개발이나 검증에 적극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해태 롯데 동양제과 등 제과업계에서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글자 크기를 키우고 영양성분 표기를 강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때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멀쩡한 제품을 폐기하기도 한다. 대상은 지난해 광우병 파동이 일자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쓴 종합조미료 '감치미'의 유통물량 전체를 수거해 올 초 쓰레기 소각장에서 폐기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대상은 그 뒤 호주산 쇠고기나 한우로 원료를 바꿨다.

농장 투어 붐도 인다.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4월말 고객 30명을 전북 김제의 '파프리카' 농장으로 초대해 재배과정을 보여줬다. 5월에는 순창 고추장 원산지를 방문하는 등 1년 동안 원산지 투어를 지속할 계획이다.

갤러리아와 현대도 유기농산물, 유기농 쌀, 초당두부 등의 생산지 견학 프로그램을 연 1~2회 실시하고 있다. 농장을 둘러보고 농산물을 따서 직접 먹어본 고객들이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매일유업은 이달 중 고객 50명을 모아 충북 아산의 유기농장 체험에 나선다. 유기농 이유식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려고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행사다.

식품회사들은 공장으로 소비자를 모신다. 몽고간장은 지난달 마산 창원지역 초등학생과 어머니를 대상으로 창원공장 견학을 실시했다.

농심은 주부, 학생 등을 뽑아 라면 스낵 햅쌀밥 등 전 제품의 공장라인을 구경하게 한다. 농심은 인터넷 동영상으로도 공장안을 들여다보는 '인터넷 투어'도 시행하고 있다.

제품을 써본 뒤 마음에 안 들면 되돌려주는 행사도 많다. 롯데와 현대는 각각 16, 8일까지 수도권점포에서 '건강침대 체험단'을 모집한다. 돌침대, 황토흙 침대, 메모리폼 침대, 라텍스 침대 등을 한 달 동안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고객들에게 환불, 교환해주는 행사다. 150만~550만원대의 고가라 구입을 망설이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홈플러스' 브랜드로 팔리는 제품들을 시연, 시식해볼 수 있는 관을 따로 마련해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중순부터 쑥갓 아욱 등 야채의 비닐 포장을 벗기고 끈으로 묶었다. 신선도를 고객이 확인하라는 것.

동양제과에서는 지난해부터 '제품 암행어사'를 도입하기도 했다. 직원들로부터 나오는 제품에 대한 평가가 더 엄격할 수 있기 때문. 파손, 포장불량 등을 찾아내면 시상도 한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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