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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인문사회]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입력 | 2004-04-23 17:21:00

중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사례연구 대상에 선정된 세계적인 백색가전 생산업체 ‘하이얼 그룹’의 칭다오 복합공장. 2002, 2003년 연속 중국 내 브랜드가치 1위 기업으로 평가받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장루이민의 하이얼/안주쥔·후융 지음 이수진 옮김/663쪽 2만8900원 수희재

◇중국은 지금 몇 시인가/허칭리엔 지음 김화숙 김성해 옮김/416쪽 1만3500원 홍익출판사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지 25년. 미국조차 두려워하는 슈퍼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세계 모든 기업이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 거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대 중국의 모습을 ‘활화산 위의 중국’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오늘날 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이 두 권의 책은 현대중국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루이민의 하이얼’은 1984년 다 쓰러져 가던 칭다오(靑島)의 냉장고 공장을 인수해 중국 최대 백색 가전업체로 키운 장루이민(張瑞民)의 기업가정신과 경영전략을 하이얼(海爾)의 경영발전사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하이얼은 한국에도 가전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세계 5위 가전업체(컴퓨터 부문 포함)이자 중국 최대의 백색 가전업체로 2002, 2003년 연속 중국 내 브랜드 가치 1위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기업만 연구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는 하이얼 같은 중국의 선진기업으로부터도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동양의 고대철학과 인본주의적 경영이념을 서양의 선진 경영이론에 접목시킨 장 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은 빼어나다. ‘3공(공평 공정 공개)’에 기초를 둔 인재선발,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서비스 정신, ‘선난후이(先難後易·어려운 시장 우선공략)’의 국제화 전략, 경쟁과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문화 등은 한국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에는 2억명 이상이 실업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대부분 도시유랑민으로 전락해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 베이징시내 거리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건설노동자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반면 ‘중국은 지금 몇 시인가’는 중국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허칭롄(何淸漣)의 ‘중국현대화의 함정’이란 책을 번역한 것. 중국 경제 사회의 허상을 객관적 자료에 입각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중국 상하이(上海) 재정경제대와 광둥(廣東)성 지난(기南)대 교수를 지내다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 등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이 책은 중국의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중국 정부의 효율 중시형 개혁과정에서 권력의 부패, 부와 소득분배의 실패 등이 파생되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5%의 기득권층이 부패권력을 통해 부(富)의 85%를 거머쥐고 공짜 만찬을 즐기고 있음을 통탄하고 있다. 반면 4000만 도시 근로자와 1억6000만 농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전국을 떠돌고 있으며 인구의 15%에 이르는 이들은 정치 사회적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기업가 중 대다수는 남을 속여 돈을 버는 것을 ‘지략(智略)’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는 가짜 상품이 넘쳐난다. 왜곡되고 과대 포장된 국가통계 자료는 언론자유가 없는 대중 매체에 여과 없이 보도돼 순진한 국민들과 해외투자자들을 ‘13억 중국시장’의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

흔히들 중국의 부패나 빈부격차를 중국 개혁 개방의 부작용 내지는 경제 사회발전과정 중의 과도기적 문제라고 평가하지만, 저자는 제도적 부패와 도덕적 타락이 없어지지 않는 한 중국은 결코 선진 경제대국이 될 수 없고, 결국 ‘사기꾼 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두 권의 책은 중국과 인접한 한국의 기업경영과 경제개혁의 방향에 훌륭한 참고자료이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다가온다.

김 익 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현대중국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