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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주말시대]세계의 시장/런던의 ‘포토 벨로 로드 마켓’

입력 | 2004-04-22 17:08:00

고색창연한 포토벨로 마켓에서도 눈에 띄는 앤티크 상점 앨리스. 설립 된지 벌써 100년이 넘었다. 사진제공 영국관광청


전통과 역사의 나라 영국. 다소 ‘올드’한 느낌이지만 런던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에게서는 뭔가 색다른 감각과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흡사 데뷔 당시의 비틀스처럼 단정하지만 곧 폭발할 것 같은 느낌. 이 상반된 생생한 느낌은 런던 최고의 골동품 시장인 포토벨로 로드 마켓(Portobello Road Market)에 가면 더욱 확실해진다.

○ 런던 노팅힐의 명물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노팅힐’(1999년 작)로 유명한 런던 노팅힐은 유럽에서 가장 큰 거리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매년 8월 공휴일 주간에 시작하는 ‘노팅힐 카니발’은 화려한 전통의상 행렬과 요란한 음악연주로 장식된다.

여기에 이 지역의 유명세를 더하는 것은 노팅힐 끝에 있는 포토벨로 로드마켓이다.

런던 최대의 앤티크 시장인 포토벨로 로드 마켓은 1837년부터 들어서기 시작했다. 고급스러운 골동품 위주의 시장을 중심으로 과일, 야채를 판매하는 청과상, 일용잡화를 파는 시장 등 서너 개의 시장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 시장은 남북으로 2km 정도 늘어서 있는데 노팅힐 역에서 내리면 골동품부터, 래드브로크 그로브 역에서 내리면 일용잡화상점부터 훑어볼 수 있다.

골동품 시장의 경우 다양한 앤티크 가구들과 보석, 오래된 메달이나 은제품, 그림 등을 파는 점포들이 2000여개나 몰려 있다. 대부분이 골동품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상점이며 할인판매가 거의 없는 것이 특색이다.

이 때문에 관광객이라도 점포에 들어가면 기대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각국 앤티크 딜러들의 주요 거래 장소인 이곳에는 그림 소품부터 도자기, 핸드메이드 소품, 주얼리 제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특별히 오리엔탈 앤티크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에서는 우리나라의 뒤주나 약장, 소반 같은 가구들도 종종 눈에 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열풍이 일고 있는 차이니스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붉고 화려한 빛깔의 중국가구들과 칠기제품들도 많다.

골동품 시장에서 완만한 언덕을 따라 내려가면 청과상들이 나오고 웨스트웨이 교차로 아래에서는 싸구려 옷들과 골동품이라고도 보기 힘든 고물들, 조잡한 보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꼭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시끄럽고 밝은 시장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다면 한번쯤 시티투어 끝에 짬을 내서 둘러볼 만 하다.

재미있는 것은 노점상들에게서조차 영국식 국민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즉 유럽의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정직한 상인(?)’들이 대거 진을 치고 있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물건의 값을 싸고 정직하게 붙여놓고 흥정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 없는 게 없는 선데이 마켓

주말이면 앤티크 제품을 거리에 내놓고 파는 가두판매대와 노점상들이 거리를 메운다. 사진제공 영국관광청

골동품 시장 한쪽엔 환전상과 갤러리, 앤티크 아케이드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염가 판매가 흔하지 않아 벼룩시장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언덕 아래의 다른 시장들(청과상과 노점상들)때문에 종종 주말에만 들르는 선데이마켓으로 알려져 있다.

낡은 것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영국인의 기질 때문에 고가의 제품은 물론 헐값의 낡은 물건까지도 그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받으며 ‘시장의 다양성’을 더해주고 있다.

골동품 시장에 이어지는 청과상은 평일에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구하러 오는 런던 주민들로 붐빈다. 이곳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피시앤드 칩스 같은 음식점이나 보디숍 같은 생필품점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또 일용잡화 상점들이 이어지는 래드브로크 그로브 역 주변은 그야말로 영국식 땡처리 물건들을 모아놓은 노점상들과 점포들로 그득하다.

행인을 잡고 미래를 점쳐보라고 꼬드기는 집시할머니들에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매치기, 우리네 남대문시장처럼 북을 두들기고 박자를 맞춰가며 손님을 끄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외국관광객들까지 몰려들어 코스모폴리탄적인 풍경을 만든다.

런던에는 포토벨로 로드 마켓 외에도 다양한 스타일의 앤티크 시장들이 많다. 포토벨로와 함께 런던을 대표하는 벼룩시장인 페티코트 레인은 의류품들(모자와 핸드백, 모피도 눈에 띈다)을 충실히 갖추고 있는데 이는 17세기에 이곳에 살았던 프랑스인 견직물 기술자들이 페티코트 제조 장인들이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런던의 어느 곳을 선택하든 위트를 챙기고, 지갑에 손을 얹고, 숨겨진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앤티크 시장은 그 자체로 영국여행의 모든 것을 대신한다.

이정현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Tip▼

▽찾아가는 길=런던까지는 대한항공(1588-2001) 직항편(월, 수, 금, 토, 일 주5회)이 있다. 비행시간은 11시간50분. 시장은 노팅힐 역이나 래드브로크 그로브 역에서 내리면 된다.

▽주변관광지=시장을 나와 동쪽으로 가면 퀸스웨이와 만난다. 빅토리아 여왕이 공주시절 이곳으로 말을 타고 온 데서 거리의 이름이 유래됐다. 뉴욕 소호를 제외하고 레스토랑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거리다. 이곳에는 세계 최초의 백화점(1863년 건립)인 휘틀리 쇼핑센터가 있다. 여기서 기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런던 근교 옥스퍼드셔에 위치한 비스터 빌리지 아웃렛(www.bicestervillage.com)이 있는데 60여개의 유명한 브랜드 숍들이 밀집해 있다.

▽쇼핑정보=골동품 상점들은 금요일에는 오전 9시30분∼오후 4시, 토요일은 오전 7시∼오후 5시30분 개점한다. 일반시장은 목요일에만 오전 9시∼오후 1시 개장하고 나머지는 오전 9시∼오후 5시 열린다. 토요일이 가장 많은 상점들이 문을 연다.

▽문의=영국 관광청(02-3210-5531/www.visitbrita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