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매향리 사격장 54년만에 폐쇄

입력 | 2004-04-18 18:47:00


“기쁘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됩니다. 하지만 폐쇄 이후에 지금까지의 환경파괴에 대한 원상복구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미 공군 쿠니사격장(일명 매향리 사격장) 주민피해대책위원회의 전만규 위원장(48)은 18일 사격장 폐쇄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미군 폭격기 및 전투기의 사격훈련장으로 사용돼 온 쿠니사격장 폐쇄에 관한 이행계획서를 올해 2월 미국과 체결했다”며 “내년 8월 쿠니사격장의 관할권을 미군측으로부터 넘겨받아 완전 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쿠니사격장은 해상 666만평과 농섬 및 매향리 일대 53만평 등 모두 719만평 규모. 1951년 8월 설치됐으니 54년 만에 포성이 멎게 되는 것이다.

매향리는 매화향기가 가득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러나 사격장이 들어선 뒤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많게는 13시간씩 폭탄 및 기관총 사격훈련이 실시되면서 이곳은 포연(砲煙)과 소음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특히 2000년 5월 8일 실전용 MK-82 폭탄 6발이 투하돼 주민들이 다치고 가옥이 부서지는 등 주민 피해 실상이 알려지면서 사격장 폐쇄에 대한 여론이 크게 높아졌다.

또 이 사건 발생 1주일 후 미국인 반전운동가인 브라이언 윌슨이 쿠니사격장에서 우라늄탄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매향리는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정부와 미군측은 주민 피해에 따른 폐쇄 여론이 심각해지자 같은 해 5월 18일 매향리 해안선에 있던 기총사격장을 폐쇄했다. 그러나 농섬 폭탄투하장에서의 더미(Dummy)탄 폭격훈련은 계속돼 왔다.

한편 올해 1월 매향리 주민 14명은 1998년 국가를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겨 1억9400만원을 받은 바 있다.

또 주민 2300여명은 현재 주택균열과 소음 스트레스, 가축 낙태 등의 피해를 내세워 460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쿠니사격장을 대신해 강원지역의 한국 공군 승리사격장을 미군에게 사용토록 할 방침이다.

정부와 미군측은 또 매향리 피해보상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관한 협의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산하 민사청구권 분과위원회를 통해 시작했다.

전 위원장은 “매향리 사격장이 반환되면 배상금의 일부로 평화박물관을 조성하고 사격장 일대를 평화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