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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위크엔드가 만난 사람/디자이너 손정완씨

입력 | 2004-03-25 16:31:00

여성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디자이너 손정완씨는 여성은 여성다울 때 가장 섹시하다고 말한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올해 세계 패션계는 과거에서 영감을 얻은 극도의 여성스러움이 화두다. 1920년대 레이디 라이크 룩에서 1950년대 복고풍까지 거의 모든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여성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운다.

국내 로맨틱 여성스러움의 대표 디자이너는 손정완씨(46). 달콤한 파스텔 색상의 A라인 상의, 허리선을 가슴 바로 밑으로 끌어올린 엠파이어 스타일 원피스 등에는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여성스러움이 배어 있다. 1987년 서울 압구정동에 첫 매장을 연 뒤 전국 매장 수가 24개로 늘어날 정도로 상업적 성공도 거두었다. 20대 맞선용 또는 예복용에서부터 30, 40대 커리어우먼의 출근복까지 고객 폭도 넓다.

다음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리는 서울 패션 아티스트 협의회(SFAA) 컬렉션에서 첫 번째 순서로 쇼를 선보이는 그를 청담동에 있는 ㈜손정완 본사에서 만났다.》

○ 여성스러움에 대하여

“여성은 여성다울 때 가장 섹시합니다. 1980년대 후반 복숭아색, 옥색 등 파스텔 색상을 소개했을 때만 해도 검은색만이 시크하다는 고정관념에 빠진 많은 국내 디자이너들은 촌스럽다고 비웃었죠. 어느새 디자이너도, 고객도 변했습니다.”

그의 옷은 피트되는 재킷 안에 톱을 받쳐 입는 스리 피스가 주종을 이뤄 요즘 트렌드인 믹스 매치가 자유롭다.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길이의 청바지, 하늘거리는 시폰 소재 톱, 도트 무늬 스커트, 한복 주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꽃무늬 플레어 재킷…. 드라마 ‘로망스’의 김하늘, ‘이브의 모든 것’의 채림 등이 그의 옷을 통해 로맨틱 이미지를 얻었다.

“목욕탕에서 전라의 여성을 보면 결코 섹시하지 않습니다. 가려져 있는 듯 슬쩍 보이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여성스러움이죠. 부드럽게 둥글린 목선, 엉덩이 선을 살린 커팅 등은 여성을 가장 여성스럽게 합니다.”

다음달 SFAA 컬렉션을 앞두고 그는 워싱 작업에 푹 빠져 있다. 진 처럼 딱딱한 소재를 가볍고 부드럽게 만들어 몸에 딱 달라붙게 만들 예정. 니트도 물빨래해 줄어든 것처럼 표현한다. 단정하게 정제된 라인이지만 소재를 통해 여백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 자기 관리와 예술적 영감

55와 66 사이즈만 만드는 그의 옷은 적당히 날씬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렵다. 4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한 그는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다이앤 키튼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예술적 영감을 유지하기 위해 ㈜손정완의 경영은 여동생에게 맡기고 오로지 디자인만 한다. 대학 출강도, 디자이너들이 많이 진출하는 외식 사업에도 통 관심이 없다.

숙명여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맑고 신선한 느낌이 좋아 수채화를 종종 그린다. 립스틱 자국이 묻은 일회용 종이컵이 문득 처량하게 느껴져 그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유 없이 싫어하던 톤 다운된 나뭇잎 색상과 청동 구릿빛 갈색의 배합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예술적 감각은 천부적인 것 같다”고 말한다. 색감은 뛰어나지만 음치라는 것. 그러나 허리선이 잘록하게 들어간 정장에 스니커즈를 신는 것처럼 평소 시도하지 않던 방법으로 믹스 매치하면 의외의 멋이 생겨난다고 조언한다.

디자이너 캐릭터로서는 자주 할인 행사를 하는 편인 그는 옷에 대한 철학을 이렇게 요약한다.

“옷이 아름다워 보이기보다 옷을 입은 여성의 전체적 모습이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