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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제시카 엘바 주연 ‘허니’…힙합 女전사 떴다

입력 | 2004-03-23 17:46:00

제시카 엘바의 매력과 힙합의 동물적인 비트가 돋보이는 영화 ‘허니.’ -사진제공 UIP코리아


26일 개봉하는 ‘허니(Honey)’는 제목처럼 달고 또 단순하다. 이 작품을 영화적 시각에서 재단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백 스트리트 보이즈, 아웃캐스트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빌리 우드러프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줄거리가 약하다기보다는 줄거리가 무의미한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브롱스 청소년센터에서 아이들에게 힙합 춤을 가르치는 허니 다니엘즈는 프로 안무가가 되는 게 꿈이다. 매니저도 소속사도 없이 오디션마다 낙방을 거듭하던 그는 우연히 유명 뮤직비디오 감독인 마이클의 눈에 띈다. 창의적인 안무로 급성장한 허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그들을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키기로 하지만, 마이클의 ‘하룻밤’ 요구를 거절하자 해고된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허니는 아이들을 위한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자선 댄스 공연을 계획한다.

영화라기보다는 ‘쇼’다. 구성은 여러 개의 힙합 뮤직 비디오를 직렬로 늘어놓고 그 사이사이에 드라마를 끼워 넣은 것에 가깝다. 춤꾼을 꿈꾸는 소녀의 성공 스토리라는 점에선 영화 ‘플래시 댄스’를 연상케도 하지만 극적 긴장도, 위기감도, 응집됐다가 폭발하는 클라이맥스도 이 영화에서는 희미하다. 그 흔한 선악구도마저 미약한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춤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 정도가 아닐까.

영화 ‘허니’의 핵심은 ‘허니’다. TV 외화 ‘다크 엔젤’에서 슈퍼 유전자를 가진 인물 맥스를 연기한 제시카 엘바는 ‘허니’ 역을 맡았다. 그는 올리브 오일을 바른 듯한 윤기 있는 피부와 함께 인체 골격의 미학을 확인시켜 준다. 힙합 춤의 동물적인 동작이 응집된 그의 골반은,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의 60%를 차지한다. 그는 ‘춤추는 바비 인형’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숫자의 웃는 표정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나머지 40%의 매력은 5분이 멀다하고 극장 스피커를 쩌렁쩌렁 울리는 16곡의 강렬한 힙합음악에 있다. 모두 베이비 페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니퍼 로페즈 등의 음반 제작을 맡았던 로드니 저킨스의 작품.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