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노동계와 재계가 크게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4·15총선이 끝날 때까지 노사 분규는 없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노사가 임금 및 비정규직 처우 등을 놓고 벌써부터 심각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고 근로시간단축 협상 등 대형 이슈가 쌓여 있어 올 노사관계의 파고가 예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한 조짐=지난 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중 청년(15∼29세) 실업률은 9.1%(46만명)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젊은 백수’가 전체 실업자 90만명의 절반이 넘는 셈. 구직활동을 단념한 실망실업자를 합치면 영국(12%) 미국(11.4%) 등 선진국보다 실업률이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급감하고 있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수출을 위한 생산액 10억원당 필요한 취업자 수)는 1990년 31.9명에서 2000년 15.7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17일 현재 노사분규 참가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2363명의 10배가량인 2만1037명, 근로손실일수도 2배인 6만1027일에 이른다.
▽고조되는 갈등=임금과 비정규직,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올 노사관계의 최대 쟁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민주노총은 최근 비정규직 대책회의에서 임단협 교섭위원에 원청 및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한국노총도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5% 이상이 되도록 하고, 비정규직 채용시 노사협의를 거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또 두자릿수의 임금인상(민주노총 10.5%, 한국노총 10.8%)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영자총협회는 17일 ‘대기업은 동결, 중소기업은 3.8% 인상‘이란 임금협상 지침을 발표했다. 경총은 “직원채용 문제는 경영자의 고유권한”이라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조의 협상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사측이 ‘임금동결, 비정규직 교섭불가’ 방침을 고수하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올 하반기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임금 및 연월차 수당을 조정하는 문제도 노사 불안의 큰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춘투(春鬪) 전망=단체교섭은 총선이 끝나는 4월 말∼5월 초쯤 시작되고, 상반기 중 노동자들이 파업 등 실력행사에 들어가는 춘투는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총선에 따른 정치권의 지각 변동 여부 및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라 춘투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
춘투의 강도에 대한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조준모 숭실대 교수(경제학)는 “비정규직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등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노사관계 악화 요인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산별노조 결성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고, 복수노조 허용(2007년)을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 선명성 경쟁과 헤게모니 쟁탈전이 가시화되면서 노사불안이 커질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최영기 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작년에는 새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가 높았고, 재계는 과도하게 우려했으며 정부는 의욕이 앞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올해 노사 분규는 안정 추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