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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엔…]동아일보로 본 3월 둘째주

입력 | 2004-03-07 18:41:00

1954년 한국은 일본보다 30분 늦은 표준시를 채택하며 구한국 표준시로 돌아갔다. 당시 표준시를 관리하던 국립중앙관상대 이원철 대장이 관상대 건물 앞에서 일사량 측정기계를 실험하는 모습. -사진제공 기상청


▼21日 零時 半부터 30分 늦춘다▼

一九一O년 八월 日帝의 침략 이래 사용되어 온 현 표준시간은 오는 三월二十一일(春分) 상오 零時 三十분을 기하여 구 한국시간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그것은 동일 상오 零時 三十분이 새로운 한국시간으로 상오 零時 正刻이 되기 때문이라 한다. 이제까지의 것은 日本 ‘아까시’를 통과하는 東經 백三十五도의 子午線을 표준으로 하는 日本 標準時間이었는데 오는 二十一일 상오 零時 三十분을 기하여 四十四년 만에 동경 백二十七도 三十분선(咸興 元山 安邊 金化 加平 楊州 利川 淸州 大田을 通過하는 子午線)을 기준으로 하는 韓國 標準時間으로 될 것인 바 이 결정은 十二일 하오 二시에 열린 정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이다.

▼‘잃어버린 30분’ 되찾을 날 다시 올까▼

동경 135도선을 기준으로 하는 지금 한국의 표준시를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이것이 표준시로 ‘정착’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경도 15도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나는 표준시 제도를 처음 채택한 것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8년. 당시 표준시 기준선은 한반도를 종단하는 동경 127도30분선으로 지금보다 30분 늦는 것. 그러나 1910년 국권 피탈과 함께 이 표준시는 일본 표준시(동경 135도선 기준)로 대체됐다.

광복 직후 “우리시간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으나 일본에서도 군정을 펴고 있던 미국이 거부감을 보여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54년 전격적으로 구한국의 표준시를 회복한 것.

그러나 30분 단위 표준시를 도입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공연히 대일감정을 내세워 불편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기사 말미에 이원철 국립중앙관상대장이 “표준시 변경이 일본과의 감정이라는 ‘소숭(小崇)적’ 입장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는 내용이 붙어 있다.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는 표준시를 다시 30분 앞당겼다. 30분 단위의 시차를 쓰는 데 따른 불편도 문제였지만, 광복 전 표준시를 그대로 사용하는 북한과 시간대가 달라 군 작전 수행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1990년대 이후에도 ‘한국시간’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학계에서 이따금씩 제기됐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표면화되거나 광복절을 전후한 시기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 앞으로도 표준시 변경 논란이 재연될지, 일본의 태도와 함께 지켜볼 일이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