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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밑에서 부는 돌풍 돌부처 흔든다

입력 | 2004-03-07 18:10:00

9일 열리는 LG배 세계기왕전에서 맞붙는 목진석 7단(왼쪽)과 이창호 9단. 이 9단이 공격적 기풍을 가진 후배 목 7단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심사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돌부처’ 이창호(李昌鎬·29) 9단이 흔들리는가.

이 9단은 최근 최철한(崔哲瀚·19) 7단에게 국수전을 빼앗긴데 이어 5일 열린 기성전 도전 2국에서 또 최 7단에게 졌다. 최 7단은 조심스럽게 승부했던 국수전 때와 달리, 5일 대국에서는 초반부터 장기(長技)인 ‘백병전’을 펼쳐 성공했다.

이 9단은 9일과 11일 목진석(睦鎭錫·24) 7단과 광주에서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5번기 1, 2국을 둔다. ‘포스트 이창호’의 선두로 꼽히는 목 7단과 최근 ‘이상 감각’을 보이고 있는 이 9단. 목 7단의 창과 이 9단의 방패가 맞서는 이 대국이 어떤 승부를 낼지에 바둑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9단은 국수전에서 실수가 잦았다. 4국 종반 대마 사냥에서 무리한 패싸움으로 1집반 정도 우세했던 바둑에서 역전패했다. ‘신산’(神算)으로 불리는 이 9단이 잘못된 계산서를 뽑은 것. 그는 5국에서도 초반의 간단한 사활을 착각해 대세를 그르쳤다. 기성전 2국에서도 한때 우세를 잡았으나 뚝심 있게 밀고 가지 못했다.

김성룡 7단은 이 9단의 아킬레스건이 공격적 기풍의 후배에게 심리적 부담을 갖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9단은 공격적 기풍의 후배인 이세돌 9단(21·12승12패) 송태곤 6단(18·2승2패) 등에게 절반의 승률 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김 7단은 “이 9단이 2000년 KBS바둑왕전, 지난해 LG배 세계기왕전, 이번 국수전 등 후배들에게 빼앗긴 기전의 최종국을 보면 평소 이 9단 답지 않은 실수를 범했다”며 “공격적 기풍의 ‘후배’에게 눌리지 않겠다는 부담감 때문에 성급히 덤비거나 수읽기를 착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7단은 “반면 이 9단이 조훈현(51) 유창혁 9단(39) 등 공격적 기풍의 ‘선배’들에게 65%의 승률을 보이는 것은 부담 없이 싸워 제 기량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목진석 7단은 공격적 기풍의 후배다. 목 7단은 이 9단을 2000년 KBS바둑왕전 결승에서 이겨본 경험도 있다. 여기에 이 9단이 최 7단에게 연속 패한 후유증까지 감안하면 이번 LG배 세계기왕전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이 다른 기사에 비해 패배의 아픔을 빨리 잊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최 7단에게 두 차례 연속 진 후유증을 4, 5일만에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목 7단이 1국에서 흑을 잡으면 승부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지난해 이 9단은 흑을 잡았을 때 25승5패(83.3%)의 승률을 보였으나 백으로는 24승15패(61.5%) 밖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내기를 한다면 이 9단에게 걸겠다는 기사가 적지 않다. 국수전 해설자 김승준 8단은 “이 9단이 2월 중순 농심배 세계대회에서 2연승하는 등 80% 웃도는 승률을 보였다”며 “아직 수읽기나 계산력, 체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룡 7단은 “이 9단이 LG배 1국을 이기면 심리적으로 안정돼 목 7단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며 “목 7단이 1, 2국을 모두 승리해야 팽팽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