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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donga.com]코골이, 뚱뚱한 사람 특히 심해

입력 | 2004-02-22 17:25:00


《심한 코골이 때문에 부인과 4년째 각방을 쓰고 있는 권병하씨(37·서울 강서구 등촌동·연구원). 아파트 아래층까지 코고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권씨는 1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코골이 정도, 심박수, 산소흡입량 등을 알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뒤 17일엔 신경과에서 홍승봉 교수를 만났다. 홍 교수는 수면장애의 권위자로 2003년 동아일보 베스트닥터에 소개됐을 뿐만 아니라 ‘난치성 간질’의 치료 전문가다. 특히 난치성 간질 완치율이 90%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

“담배를 끊은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체중이 7kg이나 늘었어요. 이 때문인지 코골이가 더욱 심해요.”(권씨)

권씨는 키 179cm에 몸무게 110kg인 비만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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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는 잠을 자는 동안 좁아진 숨구멍으로 숨을 억지로 쉬기 때문에 생겨요. 숨구멍이 좁아지는 것은 목젖이 늘어져 있거나 편도가 커져 있거나 비만한 경우 잘 생기지요. 또 유전적으로 턱이 작거나 뒤로 들어갔을 때도 부전자전(父傳子傳)으로 코를 많이 골아요. 혹시 낮엔 피곤하거나 졸리지는 않나요.”(홍 교수)

“예. 오전 10시만 지나면 피곤해서 일을 하는 데 집중력이 떨어져요. 특히 낮에 회의를 할 때마다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동료가 눈치를 줘도 결국 눈꺼풀이 내려가요.”(권씨)

홍 교수는 권씨의 경우 코골이뿐만 아니라 심한 무호흡증세도 같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은 코를 골다가 공기 통로가 막히면 숨을 멈추는 현상이지요. 이런 경우는 밤에 제대로 못자기 때문에 낮에 늘 피곤하고 졸린 증세가 나타나요. 권씨의 경우는 20초 정도 무호흡증세가 보이는데 한 시간에 무려 73회나 나타나는군요.”(홍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가 심한 코골이로 찾아온 권병하씨의 목젖부위를 검사하고 있다.

홍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세가 나타나면 산소량이 떨어지며 이때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박동이 무리하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심장이 쉬지 못하고 밤새 활동하면 결국 심장에 무리를 주게 돼 동맥경화 고혈압 부정맥 심근경색 뇌중풍 등의 발생이 높아진다.

권 연구원은 코를 심하게 곤다는 것은 알았지만 심한 무호흡증이 같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됐다.

“똑바로 누워 자지 말고 옆으로 자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것만으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세가 나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옆으로 자는 것이 힘들면 등 뒤에 긴 베개를 놓거나 속옷 뒤편에 테니스공을 꿰맨 뒤 자도록 하시고요.”(홍 교수)

권씨의 경우 비만이 코골이의 큰 원인이다. 홍 교수는 체중의 10%를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세가 50%는 줄기 때문에 감량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운동처방과 식사처방을 냈다.

“체중을 줄이는 기간에 시도할 만한 방법으로 ‘지속적 상기도 양압술’이 있어요. 이는 잘 때 코에 공기 마스크를 쓰고 자는 것인데 압력이 높은 공기를 코를 통해 넣어 줘 숨구멍을 트이게 만들지요. 대부분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증세가 좋아집니다. 그러나 10명 중 3명은 마스크 착용 때문에 적응을 못하지요. 코골이 수술은 편도나 목젖이 크고 콧속에 물혹 등 상기도에 뚜렷한 문제가 있을 때 시도하는데 재발률이 40∼50%나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밖에 잘 때 턱이나 혀를 조금 당겨 숨구멍을 여는 ‘구강 내 기구’를 사용할 수 있는데 치료 성공률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홍 교수)

권씨는 홍 교수의 조언대로 일단 살 빼기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 가능하면 ‘지속적 상기도 양압술’ 사용도 시도할 생각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130만원 정도 하는 양압술 기계 구입에 약간의 부담을 느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