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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한광덕/영화속 ‘赤旗歌’ 너무했다

입력 | 2004-02-15 18:54:00


젊은이들의 대화 속에서 “영화 ‘실미도’를 안 보면 미개인”이라는 말을 엿듣고 나도 서둘러 그 영화를 보았다.

영화에는 ‘김신조 부대’의 청와대 습격 장면이 나오고 이에 대한 응징을 위해 창설됐던 특수부대의 요원선발과 훈련, 갈등과 반란, 그리고 자폭의 전 과정이 묘사되었는데 자폭에 앞서 ‘적기가(赤旗歌)’의 합창이 클로즈업되는 것이었다.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적기가’는 1948년 남로당의 인민유격대가 5·10 제헌의원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관공서를 습격하면서 불렀던 공산혁명 선동가라는 사실을 우리 젊은이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이니 마음껏 즐기고 눈물을 흘리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극장을 나서면 우리가 함께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어야 더욱 좋은 영화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적기가’를 부르고 죽은 31명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바친다는 의미가 함축된 말미의 자막은 이 영화의 제작 동기까지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실미도 사건’을 일으킨 특수요원들의 선발과 훈련 과정에 적지 않은 과오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실미도의 특수요원들은 소속부대의 기간요원을 죽이고 육지로 탈출해 무고한 국군초병과 시민을 살해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반란자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적기가’ 합창이 미화된다면 대한민국의 존재 목적은 상실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특수훈련 중 ‘적기가’를 배운 사실이 결코 없었다고 한다.

‘실미도’가 문화사업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대한민국 공동체를 강화하는 쪽이어야 할 것이다. 왜곡과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한광덕 예비역 육군소장·성우회 안보평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