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종영된 SBS TV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여주인공인 정서(최지우 분)가 눈암으로 사망했다. 이를 두고 ‘눈에도 암이 있나’ 하며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암은 우리 몸의 어디든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눈도 예외는 아니다.
정서에게 생긴 눈암은 맥락막흑색종으로 서양인 100만명당 6, 7명에게 생기는 매우 드문 것이다. 맥락막은 안구의 흰색부분인 공막과 상이 맺히는 망막 사이에 있는 막이다. 카메라에 비교하면 외부 빛을 막는 어둠상자. 주로 50대 이후에 잘 생긴다.
서울대 안과 권지원 교수는 “드라마에선 여주인공이 양쪽 눈에 암이 생겨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이 암은 눈 한쪽에만 생기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눈암에 걸리면 대부분 사망할 만큼 무서운 걸까.
신촌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상렬 교수는 “눈암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작거나 조기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라며 “드라마는 극적 효과만을 생각한 나머지 죽는다는 쪽으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눈암의 치료율은 5년 생존율이 65%, 10년 생존율이 50%로 다른 암에 비해 상당히 치료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여주인공 정서는 눈암과 별도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각막혼탁 때문에 각막 이식을 받는 것으로 묘사됐는데 각막이 혼탁해지면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므로 정서의 까만 눈동자는 말이 안 되는 설정이다.
이외에 눈에 생길 수 있는 종양은 결막종양, 망막모세포종 등이 있다. 결막종양은 눈 흰 부분인 공막을 덮고 있는 결막에서 생기는 종양. 악성종양은 드물지만 주위로 전이될 수 있어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
망막모세포종은 소아에게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신생아 1만5000∼2만 명당 1명꼴로 생길 만큼 흔한 암이다. 아기가 눈을 잘 못 맞추고 검게 보여야 할 동공이 하얗게 보이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치료는 종양의 크기에 따라 방사선치료 냉동치료 수술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