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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교육 부총리 “평준화 기본틀 유지하며 부분적 보완”

입력 | 2004-01-11 19:00:00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9일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자신의 교육철학과 교육개혁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교육 문제는 항상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를 자처하기 때문에 교육 정책을 마련하는 처지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안병영(安秉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김영삼(金泳三) 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교육행정의 수장을 맡았다. 한 사람이 교육부 장관에 두 번 임명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취임하자마자 교육개혁 로드맵 작성과 사교육비 경감방안 마련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안 부총리를 9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교육 철학과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안 부총리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답변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계셨는데 입각하신 배경은 무엇입니까.

“저는 역대 정부에 대해 늘 쓴소리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비판의 저변에는 나라가 잘되기를 원하는 충정이 있습니다. 오랜 고심 끝에 나라 잘되는 일에 일조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취임 인터뷰 때 ‘그동안 우리 교육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보다는 좌절과 실망을 안겨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교육이 이 지경이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모두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바르게 키우는 일보다는 ‘입신과 출세’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도구적인 인간’만 양성해 왔습니다. 이제는 교육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창의적 인간,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는 데 보다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교육현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현재 고교 평준화 문제가 가장 큰 이슈입니다. 교육부는 평준화를 유지하면서 보완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어떤 보완책을 생각하십니까.

“우선, 튼튼하고 견실한 공교육 체제를 구축하려 합니다. 그 위에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엘리트 교육체제를 얹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교체제의 다양화 특성화 자율화를 통해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영재고 국제고 등으로 평준화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학교 내에서 수업이 다양해지고 수준이 높아지면 여러 가지 불만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 교육은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제가 말하는 엘리트 교육은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한 교육이 아닙니다. 우수한 소질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려고 합니다. 영재고 특성화고 등이 그런 것입니다. 자립형사립고는 2005년까지 성과를 평가해 정책을 다시 정립할 생각입니다.”

―평준화의 틀을 깨자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경쟁력 있는 학생을 키우기 어렵다’ ‘교육의 다양성을 해친다’ 등 평준화 해제론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장관께서는 그러한 주장을 인정하십니까.

“교육이 보다 다양해져야 한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등 기본적인 욕구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그래서 교육체제를 부분적으로 복선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평준화 해제론자들은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실 겁니까.

“대학 단계에서는 보다 치열한 경쟁도 허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교 단계에서 교육에 대한 수요를 시장에 완전히 맡기는 것은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특목고는 당초의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입시학원화됐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딜레마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학교 출신이 당초 생각한 길로 가도록, 또 그것이 가능하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방법을 집중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문제가 심각합니다. 심지어 주부들이 과외비를 벌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까지 한다고 합니다. 발표를 앞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은 어떤 콘셉트입니까.

“지금 구체적인 계획을 펼쳐 보이기는 어렵고 늦어도 2월 안에는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경천동지할 만한 묘책은 나오기 어렵겠지요. 기본적인 틀은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의 수요를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과 불신이 큽니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시간에는 자고, 학원 강사를 더 존경한다고 합니다. 교사의 자질과 질적 향상을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습니까.

“초임교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동기부여를 해야 하고 도덕적인 품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부모의 불만 가운데 하나가 ‘교사들이 노력을 안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감한 교사 퇴출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다른 직종에 비해 교사 신분이 안정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 교수처럼 재임용제도나 평가 후 퇴출 등 구체적이고 확정된 방법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연구 중입니다.”

―채찍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교사들이 보다 더 열심히 하게 할 수 있는 당근책은 없습니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강제력과 규범성, 유인책입니다.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면 그들에게 보상을 안겨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요. 강제력보다는 유인책과 규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교육 문제가 대학입시 제도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해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에 말도 많습니다. 현재 대학입시 제도는 문제가 없다고 보십니까.

“2005학년도까지는 대입제도의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대입제도를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도 개선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고사 제한이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국영수 위주의 대학별 본고사’ 실시를 제한하는 이유는,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와 학생의 수험 부담 및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정책에 관한 한 그동안 교육부의 낙관적인 전망이 비관적으로 결말이 난 경우가 많습니다.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교육현장을 잘 모른 채 입안되고 시행되기 때문은 아닙니까.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현장과의 깊숙한 교감이 부족한 경우가 꽤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정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신뢰를 얻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던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학교운영위원회 제도가 있지만 학부모의 의견 반영통로가 선진국에 비해 적은 것 같습니다.

“현행 학교운영위의 틀 속에서 의사가 잘 결집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학교운영위가 잘 안 된다고 해서 던져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학교운영위를 더 풍성하게 꽃피우게 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장관으로 있을 때 학교운영위가 만들어져 개인적으로 향수도 있고 애정도 있습니다.”

―지방대 문제도 심각합니다. 입학정원을 채우는 지방대가 많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방대 문제는 이미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도산사태가 오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교육부에서 인수합병을 권장하기도 하고, 몇 가지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의 국립 거점대와 작은 대학이 연계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교육부에서는 지방대학이 특성화 분야에 관한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집중지원 할 계획입니다.”

정리=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12월부터 1997년 8월까지 교육부 장관을 맡아 ‘5·31 교육개혁’을 비롯한 획기적인 교육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학교 운영 참여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대안학교 설립, 초등 영어교육 실시, 교육정보화, 대입 본고사 폐지, 학부제 도입 등이 안 부총리가 실시한 정책들이다.

시도교육청 및 대학 평가 등 기관평가제를 도입했으며 이 제도는 정부 내 다른 부처에 확산됐다. 또 직업능력개발원 설립을 추진해 평생직업교육과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 단일 교육법전 체제를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 체제로 개편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 역시 과거 안 부총리가 추진한 적이 있는 정책이다. 안 부총리는 위성TV 방송 과외, 방과 후 특별활동 활성화 등을 실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일부에서는 과거 안 장관이 추진한 교육개혁이 지나치게 시장주의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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