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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휘황찬란한 유전자조작 열대어…과학이냐 상술이냐 논란

입력 | 2003-11-25 17:14:00

낮에는 붉은 색을 띠고 밤에 자외선을 비추면 밝게 빛나는 유전자조작 열대어. -사진제공 요크타운 테크놀러지


미국에서 유전자조작(GM) 열대어의 판매가 예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미국 텍사스 소재 요크타운 테크놀로지사가 내년 1월 5일부터 정상 열대어보다 화려한 열대어를 판매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를 ‘프랑켄슈타인 물고기’라고 부르며 판매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은 이 열대어가 수입될 경우 마땅한 규제책이 없는 실정이다.

GM 열대어의 ‘원본’은 검은색 바탕에 은색 무늬가 입혀진 길이 4cm의 얼룩물고기(zebra fish). 수정란에 산호에서 추출한 붉은 형광색소 유전자를 삽입시키자 낮에는 붉은 색을 띠고 밤에는 자외선으로 비추면 빛을 발하는 특수 열대어가 태어났다.

가격은 마리당 5달러. 정상 얼룩물고기에 비해 4∼5배 비싸다.

회사측은 홈페이지(www.GloFish.com)에서 ‘당신의 수족관에 과학의 기적을 일으켜라’라며 세계 애완상점의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먼저 생명권 침해 문제. 2000년 미국 시카고 예술대의 한 교수는 자신의 ‘미적 유희’를 위해 해파리의 녹색 발광유전자를 지닌 토끼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과학자들은 실험에 성공했지만 동물보호론자들의 비난을 의식해 이를 건네주지 않았다고.

생태계 교란도 문제다. 워싱턴의 ‘식품안전센터’ 등 환경단체들은 GM 열대어를 “생물학적 오염을 일으키는 프랑켄슈타인 물고기”라며 “자칫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면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주로 식용으로 사용되는 GM 생물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번 애완용 열대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이 열대어의 판매 예고는 한국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 이 생물의 수입을 규제할 만한 뚜렷한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9월 발효된 카르타헤나의정서에 따르면 수입국은 의심스러운 GM 생물의 반입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의정서에 서명만 했을 뿐 내년 하반기에나 비준할 예정이어서 아직 보호체제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6월 대만의 타이콩사는 녹색 형광의 얼룩물고기 3만마리를 마리당 17달러씩에 아시아 지역에 팔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립수산과학원 김봉석 박사는 “현재까지 이 열대어를 수입한 사례는 없다”며 “하지만 관련 제도를 빨리 시행하지 않으면 외국에서 GM 생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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