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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달리는 勞-政]외국기업들 "한국가도 되나요"

입력 | 2003-11-12 18:20:00

민주노총 노조원 5000여명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비정규직 차별과 손해배상 가압류 철폐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적으로 15만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전영한기자


《“직접투자를 할 생각이 있는데 한국에 출장 갈 만합니까?” 독일계 회사인 비·브라운코리아 김해동 사장은 최근 이런 질문을 몇 번 받았다. 본사나 안면 있는 외국기업으로부터다. 한국 노조가 과격하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9일에는 민주노총의 화염병 시위까지 등장하자 ‘한국의 경영환경이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아지고 있는 탓이다. 김 사장은 “한국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다국적 기업이 동북아시아에 진출할 때 최우선 후보지였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

덴마크계 회사인 한국그런포스펌프의 이강호 사장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춘투에서 하투 추투를 거쳐 동투로 이어지고 있는 노사분규로 외국기업의 한국투자 마인드가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연 재 기 사 목 록▼

-[마주 달리는 勞-政]"손배남용 억제등 약속지켜라"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보잉코리아 사장)은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노동문제이며 ‘전투적 노조’라는 인식이 한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한국의 호전적인 노동운동이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실제로 올 1∼9월 외국인 투자는 46억29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1%나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5대 기업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기회만 있으면 강조하지만 노조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오히려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단으로 치닫는 노동운동은 한국 기업의 경영에도 큰 부담이다.

자동차부품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H씨는 지금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는 노사가 난국을 이겨내자며 의기가 투합돼 어려운 줄을 몰랐다. 하지만 요즘은 노조가 경영자를 믿지 않고 제 몫만 차지하려고 한다. 회사가 이익을 못 내고 쓰러지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환멸감 때문에 정말 기업할 생각이 없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액이 2조원을 넘고, 수출 차질액도 8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이 파업 및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소송을 남발해 조합활동을 억압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응 정책본부장은 “기업이 불법파업에 따른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참여정부 초기에 불법적 노동운동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국타워스페린 박광서 사장은 “근로자가 인력감축을 당하면 생존권이 위협받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노조도 극단적 투쟁을 할 유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리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근로자가 직장을 잃더라도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근로자들도 스스로 다른 직장을 찾아 근무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하투(夏鬪)기간 중 노사분규에 따른 산업피해업체생산차질액수출차질액현대자동차12,7386,362기아자동차4,4001,999쌍용자동차19317자동차부품업체9862코오롱 등 섬유업체3017대동공업 등 기계류370.1한국오웬스코닝/LG화학1,68231한국산연1-한국철강5-아남인스트루먼트2-합계20,0748,428.12003년 6월 25~8월 30일. -자료:산업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