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교 재정 확보도 위기감이 예상되자 투자 유치와 모금운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 내부에서는 대학의 사정이 어렵다고해서 학문 연구는 뒷전인 채 너무 ‘손벌리기식’ 운영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대는 11일 학교에서 전국의 건설회사와 기업체 관계자를 초청해 2500억원 규모의 외부 자본 투자설명회를 연다. 대학이 ‘캠퍼스 개발’을 위해 투자유치를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구대는 캠퍼스에 골프장(12만평) 실버타운(1만5000평) 호텔 온천 등 15만평 가량을 종합 휴양 레저타운으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대학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서는 대학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본부측의 기대와는 달리 구성원 사이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생 유치도 중요하지만 대학이 너무 가벼워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 교수들은 “학교 전체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을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모으지 않은 채 총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부 자본을 얼마나 유치할지 모르지만 이런 일로 학교 이미지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영남대는 수년전부터 교내 골프장과 스포츠센터 등을 추진했으나 교수와 학생의 반발로 흐지부지 됐다. 수익도 좋지만 대학 본연의 분위기를 해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한 교수는 “대학이 문을 닫더라도 학생은 ‘선발’을 해야지 마구잡이로 ‘모집’해서는 안 된다는 자세를 끝까지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전방위 기부금 모금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학들이 교직원을 통해 동문이 참여하는 기업 등에 학교발전기금을 독려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강요하는 일이 잦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업체 관계자는 “수백만원씩 기부금을 낸 동문들의 이름과 액수를 적은 우편물을 받고 고민 중”이라며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 취급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대학 일부 직원들은 “발전기금(기부금)은 일반 졸업생과 특수대학원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인맥 학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학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일단 모으고 보자 식으로 기부금 확보에 나서지 않을 수 없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기부금 모금에도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다 보니 교수 충원에도 본교 출신을 뽑으려는 분위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타 지역의 대학 중에는 교직원의 ‘월급 1개월치 반납하기’, 학생들의 ‘용돈 아껴 3만원 기부하기’ 같은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대학들이 ‘인재양성’을 내세우며 기존의 학내 고시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거나 국가 고시원을 잇따라 설치하고 있어 대학이 고시준비학원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학생들은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를 준비하면 등록금 면제 같은 혜택을 주고 합격이라도 하면 파격적으로 지원해주는 돈이 모두 어디에서 나오느냐”며 “고시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의 등록금이 고시준비생 뒤치다꺼리하는 데 들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 교수들은 “짧은 기간에 연구성과를 내기 어려운 인문학에 비해 당장 고시 합격생 한 명 배출하는 게 학교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많다”며 “사회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대학에 얼마나 학문적 열정이 있느냐가 대학의 생존을 결국에는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