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제사용 술은 대부분 정종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백세주, 산사춘, 천국 등 다양한 전통주가 이용된다. 명절 때는 양주나 와인 선물세트뿐 아니라 전통주 선물세트도 다양하게 나온다.
이러한 전통주 시장은 언제부터 형성됐을까.
주류업계 내에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하지만 60년대 중반 식량관리 차원에서 술 원료로 쌀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자 전통주 시장은 침체를 겪었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국민의 관심이 ‘한국적인 것’에 모이기 시작했다. 전통주도 덩달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정부가 10여 가지 전통주를 복원해 상품화를 추진하자 지방을 중심으로 전통 민속주들이 생겨났다.
국순당은 1988년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어 1992년 백세주를 내놨다. 1994년 약주 공급구역 제한이 없어지면서 국내 전통주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맥주와 소주뿐 아니라 전통주도 TV 광고를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소비자의 반응도 좋아 88년 10여개에 불과하던 전통주 제조회사가 지난해 100여개로 늘어났다.
한약재를 첨가한 약주가 90년대 후반 잇따라 나왔고, 주류 대기업인 두산과 진로도 2002년부터 신제품을 내놓으며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 전통주 브랜드는 약 150개. 국순당의 백세주를 비롯해 배상면주가의 산사춘, 진로의 천국, 금복주의 화랑 등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중소회사에서 질병 치료와 다이어트 효과 등을 내세운 ‘기능성 전통주’를 내놓으면서 전통 약주(藥酒)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통주 시장 규모는 약 2200억원. 1999년 매출액 800억원에 그쳤던 데 비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매출액은 3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저(低)알코올 음주문화’가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득이 늘고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전통주나 와인 등 저도주(低度酒)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 것. 특히 여성이나 20∼30대의 젊은 남성 중심으로 저도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