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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들여다보기] 스와핑 ‘몰카’ 뉴스속에 그대로

입력 | 2003-10-20 17:35:00


14일과 15일 이틀간 지상파 TV 뉴스들은 부부 스와핑을 주선한 노래방 업자 등이 검거된 것을 계기로 이 문제를 크게 보도했다. 전국에 6000여 쌍의 스와핑 부부가 있다는 추정과 함께.

KBS 1 ‘뉴스9’는 ‘성 윤리가 무너진다’(14일) ‘스와핑 등 음란 차단 법규신설 시급’(15일)이란 제목의 기사를, MBC는 ‘무너지는 성윤리-부부교환알선’ ‘버젓한 부부들이...’(14일) ‘일그러진 성문화(15일)’ 기사를 보도했다. SBS는 ‘부부 스와핑 장소 제공업자 검거(14일)’를 단신 처리했다.

방송 뉴스에서는 성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앵커의 꾸짖음도 나왔다. “결혼의 순결을 부정하는 스와핑, 나아가 음란 성문화의 범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KBS1 ‘뉴스 9’의 홍기섭 앵커), “무너지는 성윤리, 참으로 말로 전해 드리기 어렵습니다”(MBC ‘뉴스데스크’의 엄기영 앵커).

이들 방송 뉴스에 나온 화면은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의 외주 제작팀이 스와핑 현장에 잠입해 몰래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인터넷에서 떠돌던 스와핑이 생생한 화면으로 잡히자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중요한(!) 뉴스로 선정한 것이다.

캐나다의 미디어학자인 맥루한(M McLuhan)은 미디어는 인간 감각의 연장(extension)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렌즈는 시각의 연장이고 마이크는 귀의 연장인 것이다. 즉 방송 뉴스에서 나온 ‘몰카’ 장면은 시청자의 시각과 청각을 스와핑의 현장으로 안내한 셈이다.

‘몰카’ 방송에는 인간의 훔쳐보기 욕구를 자극하는 미디어 상업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스와핑 관련 TV 뉴스가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다.

14, 15일에 스와핑이 적절한 ‘미디어 아젠다’였는지도 의문이다. 14, 15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될지, 정치인들에게 SK의 돈이 얼마나 흘러들어갔는지 등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그럼에도 TV 뉴스가 스와핑을 부각시킨 것은 황색 저널리즘의 유혹에 빠져 저널리즘의 기본을 무시한 게 아닌지. 이쯤 되면 TV 뉴스가 황색 저널리즘과 스와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창현 교수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chlee@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