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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간담회]“宋씨 문제 개입안해… 이념공세 말아야”

입력 | 2003-10-03 18:55:00

노무현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내 브리핑룸인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송두율씨 처리 문제 등 현안에 관해 얘기를 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일 지난달 7일에 이어 두 번째로 청와대 춘추관에서 불시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1시간반 전인 오전 10시경 기자실에 통보됐고, 간담회-구내식당 오찬-티타임 순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오찬과 티타임 때의 발언은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청와대와 언론간의 거리를 좁히자’는 건의에 따라 이뤄진 예고 없는 대통령 기자간담회는 앞으로도 매달 한 차례 정도 계속될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 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다음에 하자”며 언급을 자제하기도 했다.

▽민주당 분당은 기득권 구조의 와해=노 대통령은 “대통령만한 정치인이면 당의 붕괴를 꼭 막아야 할 의무가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우리 정치구도가 지역주의, 지역분할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기득권 구조이기 때문에 그것이 스스로 와해하는 것을 내가 막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솔직히 이런 정치판 갖고는 2만달러 시대로 못 간다. (지금 상황은) 기존의 정치구도가 와해되고 새로운 질서로 나가는 창조적인 와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역구도가 계속되면 지역감정을 잘 이용하는 정치인은 계속 재미를 보고, 국민은 속으로 골병이 든다”고 지역구도 타파를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민주당측이 ‘호남 배신론’을 펴고 있는데 대해 “내 마음속에 호남사람을 비난하거나 그런 생각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호남사람들에게 충성이라 할 만큼 모든 정성을 다 바쳤다. 하물며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호남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는데 내가 왜 배신하느냐”고 반박했다.

또 ‘호남사람들이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노무현을 찍었다’는 발언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문제 삼은 데 대해서는 “말꼬투리 잡아서 쓸데없는 소리하고, 그 말 갖고 국회의원 계속하겠다는 것 아니냐. 양심들이 있어야지”라며 격앙된 어조로 비난했다.

▽송두율씨 문제에 개입 않는다=노 대통령은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이념공세나 정쟁으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자신은 송씨 문제에 관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불개입’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해외민주인사를 청와대에 초청한 행사에 당초 송씨가 포함돼 있었다가 제외된 경위에 대해 “범죄혐의가 있어서 조사를 받거나 혐의가 확정돼 처벌을 받는 것과, 다른 의미가 있어서 초청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에서 관여하지 않고 실무적으로 처리하라고 했다”며 “실무자들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뺐더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파병문제, 각료들의 의견 개진 막지 않겠다=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추가 파병문제를 연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한반도의 위기상황과 관련해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항상 생각해보고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 내 일부 고위인사들이 파병 찬성론을 편 데 대해서는 “각료들의 조심스러운 의견 개진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의견수렴 과정이라면 내가 봉쇄할 명분이 없다. 2일 국무회의에서도 ‘여러분이 각자 알아서 판단하되 적절하게 처신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정부 내의 공개적인 찬반 의견 개진을 막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양수산부장관 경질과 감사원장 인선=최낙정(崔洛正) 해양수산부 장관을 2일 전격 경질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참, 그 양반 공직자로서 오랫동안 검증된 사람인데…”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내가 좀 우습게 됐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감사원장 인선문제에 대해선 “원래의 (정부혁신 적임자 기용) 기조로 가는데, 전문가 중에서 학문만 하던 사람 중에 누가 나서려고 하겠느냐. 공직에 있어봐서 국회에서 많이 시달려 보고 그러면 모르겠지만, 전문가 찾기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해 인선작업이 여의치 않음을 토로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