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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419회…1944년 3월 3일(7)

입력 | 2003-09-18 18:56:00


미소가 싹 가신 아랑의 모습이 아낙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랑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숨을 꼴깍 삼키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고, 바람은 휭- 휭 아낙들의 대화에 뒤섞여 들리지 않을세라 앞서 목소리를 크게 울렸거늘, 아낙들의 귀에는 봄을 일깨우는 회오리바람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송림 속에 우는 새 처량도 하다

아랑이 원혼을 네 설워하느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영남로 비친 달빛 교교한데

남천강 말없이 흘러만 가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휭-휭, 봄바람은 노래에 대한 보답으로 반짝반짝 빛을 일궈 저 높은 하늘로 올라갔다. 저 청년 좀 잡아줘요, 저기저기 달려가는 청년을. 휭-휭, 바람은 강 위를 달리면서 속도를 올려, 소나무 숲 지름길로 빠져나가, 휭-휭, 밀양강 둑 위를 달리는 청년의 등을 좇았다, 휭-휭-,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숨소리가 들려, 이제 금방이야, 아랑은 청년의 셔츠로 손을 뻗었다, 휭-휭-, 바람은 청년을 앞질러 두 팔을 벌리고 앞을 가로막았다, 휭-휭-휭-휭-.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힘들다 맞바람이다 봄바람은 변덕스러워서 골치아프다니까 큐큐 파파 어째 나를 향해 부는 것 같다 제길 질 것 같다 아니지 날 도와주는 거야 근력 연습에 좋겠어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휭-휭- 아버지 흉내내서 엉터리 휘파람 부는 소리 같다 휭-휭 지금은 더 잘 불 수 있는데 아메 아메 후레 후레 카아강가 쟈노메데 오무카이 우레시이나 그 여자아이 언제부턴가 안 보이네 어떻게 된 거지 어디로 일하러 갔나? 아니면 시집이라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설마 시집가기에는 아직 나이가 어린 걸 큐큐 파파 가끔씩 생각이 나 소원이 누나를 닮아서 그런가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