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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법무 "내 마음 몰라줄 땐 울어버린다"

입력 | 2003-09-05 14:30:00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5일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지검 청사를 방문, 임직원 간담회를 갖고 "몸이 자라면 큰 옷으로 갈아입듯 검찰개혁도 때가 되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취임한지 6개월 동안 국회일정 등 사정으로 오지 못해 직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며, 취임한 이후 검찰 개혁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별다른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거악척결을 위한 검찰 본연의 직무를 이행하기 위해 엄격한 서열이나 규율도 중요하지만, 모두 한 검찰조직에 몸담고 있는 식구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위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으로 화목한 검찰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강 장관은 덴마크 영화 `바베트의 만찬'을 소개하며 "여주인공이 정성들여 만든 음식으로 닫혀있던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며 "우리 검찰도 서로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처음에는 검찰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지만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검찰 직원들이 열심히, 소신껏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 사회에) 검찰 구성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문화와 분위기가 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강 장관의 강연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직원들의 격의 없는 질문이 쏟아져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강 장관은 특히 형사부 여검사로부터 "마음을 열고 대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못할 때 장관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웃으면서 "그냥 울지요"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강 장관은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왔는데, 사람이 우는 상태가 솔직한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강 장관은 한 직원이 "저녁을 구내식당에서 먹은 날 밤 8시 이후까지 야근을 하지 않으면 징계사유가 되고 있다"고 애교어린 민원을 제기하자 서영제검사장에게 "안에서 해결하시라"고 받아넘겨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 대해 "전임 장관들이 일선 검찰청을 순시하는 차원에서 가졌던 간담회와는 달리 강 장관이 검찰 직원들과 솔직한 대화의 자리를 갖고자 해 마련됐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이날 강 장관에게 근무조건과 육아문제 및 현실과 맞지 않는 수사 지침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건의했다.

이태훈기자·디지털뉴스팀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