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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소니를 지배한 혁명가'…천재를 알아준 소니

입력 | 2003-08-29 18:50:00


◇소니를 지배한 혁명가 /아사쿠라 레이지 지음 이종천 옮김/256쪽 1만원 황금부엉이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lay Station·PS)의 성공은 소니 입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다. 사실 소니는 90년대 중반까지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소니는 92년에 13억달러의 이익을 냈지만, 95년에는 33억달러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영화, 음반 등 할리우드로 진출했던 소니는 95년에 30억달러를 결손 처분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게다가 소니는 PC, 휴대전화, 비디오 게임기 등 가전 사업 최대의 기회들을 대부분 놓치고 있었다. 델, 노키아, 닌텐도 등의 선도 기업들이 각 사업에서 소니를 압도했다.

이러한 소니의 부진을 일시에 회복하는 신호탄이 바로 혁신적인 비디오 게임기 PS의 성공이다. 이 책은 바로 PS 개발을 주도한 평범한 샐러리맨 ‘구타라기 겐’이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통해 소니에서 PS가 개발되고 출시된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지금은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디지털 소니의 상징적인 인물로 칭송받는 구타라기 겐이 실제로는 소니 내부에서 ‘이단아’ 혹은 ‘문제아’로 찍혔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실제 구타라기 겐이 초기 비디오 게임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는커녕, 내부로부터 소니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는 질책을 더 많이 받았다.

소니의 전통적 강점이 TV, VCR 그리고 카세트 플레이어와 같은 아날로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 시장에 대한 내부 이해가 부족했고, 특히 게임기라는 제품의 특성이 왠지 근엄한 소니의 이미지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책에는 구타라기 겐이 회사의 방침을 무시하고 닌텐도와 위험한 거래를 하는 대목, 닌텐도와의 거래가 파기되어 소니 내부에서 문책을 받는 장면, 어떻게든 게임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상급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들이 실감나게 정리되어 있다.

좌충우돌 문제를 일으키면서까지 구타라기 겐이 소니를 떠나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기술자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독자적인 벤처 회사를 차릴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을 무시하던 소니와 달리 실력을 인정해주던 닌텐도로 직장을 옮길 수도 있었는데 굳이 소니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대기업 소니의 막강한 시스템을 이유로 꼽고 있다. 비록 소니 내부가 배타적이었지만 그래도 엄청난 실력이 잠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실제 PS는 구타라기 겐이 주도했지만, 그 뒤에는 연구개발(R&D), 마케팅, 디자인, 광고 등 소니의 강력한 시스템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를 지원해 주었다. 소니의 PS는 창조적인 개인과 강한 기업 시스템이 만나면 얼마나 가공할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dhlee67@pops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