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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전시]'렘브란트展' 이것이 알고 싶다

입력 | 2003-08-28 16:54:00



11월 9일까지 ‘위대한 회화의 시대: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이 열리는 서울 덕수궁 현대미술관.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왕립미술관에서 공수해온 50점의 작품이 두 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관람은 미술관 입구에서 ‘푸른 눈’의 외국인의 안내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이 전시회의 공동주최사인 아트 컨설팅회사 ‘로렌스 제프리스’의 임원들이다.

“굿 모닝.” “하우 아 유.”

이들의 가벼운 영어인사는 덕수궁 입구부터 제법 걸어온 관람객들에게 ‘여기부터는 고궁산책이 아닌, 감상 분위기로 전환됨’을 일깨워준다. 입구에 들어서 왼쪽 전시실이 출발점이다.

전시는 당시 네덜란드 지역의 도시 이름을 딴 6개의 섹션 하를렘→델프트→레이든→헤이그→암스테르담→앤트워프 순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전시실이 4개 섹션, 두 번째 전시실이 2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단연 다섯번째 ‘암스테르담’ 섹션이다. 이번 전시회의 메인격인 반 라인 렘브란트의 작품 3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둘러 렘브란트 작품으로 향하다 보면 쏠쏠한 재미들을 놓치기 쉽다.

17세기 네덜란드 지방은 독립 전쟁을 통해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난 신교 지역인 북부 7주와, 독립 전쟁에 가담하지 않고 스페인 치하로 남았다가 후에 벨기에로 독립한 남부 10주로 나뉜다. 북부는 부를 축적한 시민 계급이 부상하면서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정물화나 풍경화가 인기를 누렸고 남부는 교회나 궁정의 후원을 받은 바로크의 궁정화가 득세했다.

이번 전시는 ‘가장 네덜란드적’인 화풍을 선보였다는 북부 도시에서 가톨릭적이고 궁정화 중심이었던 남부 도시 쪽으로 진행된다. 다만 암스테르담은 북부의 대표적인 국제 상업도시이지만 관람 초반부터 관람객이 몰려 동선이 엉키게 될까봐 후반부에 배치됐다.

도시를 막론하고 회화 속에서 눈에 많이 띄는 소재는 개, 어패류, 새 등. 관람에 집중하지 못하고 짜증을 내는 어린 자녀에게는 50점의 그림 속에 개가 몇 마리, 새가 몇 마리 있는지 세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A-변색 막기위해 조도 150럭스 이하로

캔버스에 그린 유화 작품은 밝은 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색이 빨리 바랜다. 이를 막기위해 150럭스 이하의 할로겐 조명을 사용했다. 현대 회화작품은 보통 200럭스이하가 기준으로 이번 전시는 이보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B-온도 19도, 습도 55% 매주 헤이그에 측정치 보고

전시장 내부의 온도와 습도는 2개의 전시실에 각각 배치된 온습도 측정기가 하루 24시간 체크한다. 일주일치 수치 변화가 한 장의 종이에 꺽은선 그래프로 표시된다. 이 수치는 매주 마우리츠하위스 왕립미술관으로 보고된다.에어컨 또는 보일러의 강도를 조절해 기준에 맞춘다

C-손 뻗쳐도 닿지 않게 접근 방지턱 1.2m로

각 작품 앞에 관람객이 그림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정강이 높이에 구조물을 설치했다.벽면에서 사람까지의 거리는 1.2m정도. 성인의 손을 뻗쳐도 닿지 않는다.

D-그림 높이는 평균 눈높이보다 약간 아래로

모든 그림은 크기에 관계없이 세로 중심점이 그림끼리 수평을 이루도록 벽에 걸었다.중심점에서 바닥까지는 130~140cm 우리나라 성인이 시선을 약간 아래로 내려다보기에 적합한 높이다. 이는 국민 평균 신장에 따라 나라마다 다르다. 150~155cm 높이에 걸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렘브란트의 그림 3점은 서양인들의 눈높이 기준인150~155cm 높이에 걸었다. 심리적으로 좀 더 경이로운 마을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도움말=국립현대미술관 박수진 학예연구사)

1. 섹션 하를렘-절제 중시…신교도적 가치 반영

'가장 네덜란드적' 인 화풍을 자랑하는 하를렘의 작가들은 절제를 중시하는 신교도적인 가치를 작품에 많이 반영했다. 하를렘 섹션에서는 빌럼 헤대의 '정물' (1629년 작

·사진)을 눈여겨 보자 청어는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즐겨 먹던 생선이며 깎다 만 레몬은 절제를 의미한다. 뚜껑이 열린 시계는 기간의 흐름과 인생무상을 상징한다. 같은 도시에서 활동한 동시대 작가 피터 클라스존 역시 '바니타스 정물'(1630년작)에서 해골, 연기가 사그라지는 모습의 촛불 심지. 뚜껑 열린 시계 정물을 통해 인생무상을 표현했다.

2. 섹션 델프트-일상생활의 순간들 포착

텔프트의 작가들은 상징성을 가진 사물을 통해 계몽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일상생활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장르화를 발달시켰다. 피터 드 호흐가 한 중산층 가정의 일상을 그린 '안뜰에서 담배 피우는 남자와 술 마시는 여자' (1660년대 제작 추정)가 대표적인 작품. 인물들의 모습이 주변의 건축물과 어우러져 따뜻하고 차분한 느낌을 낸다. 작품 안에 문이 달린 벽. 그안의 정원, 저멀리 교회 첨탑까지 보이지만 산만하지 않은 구성이 돋보인다.

3. 섹션 레이든-삶의 모습 유머와 해학으로 표현

풍속화가 발달한 레이든에서 작가들은 삶의 모습을 유머와 해학으로 풀어냈다. 프란스 판 미리스의 '애완동물 희롱하기'(1660년 작)와 1년후 완성한 '굴이 있는 만찬'을 비교해보자. 남자는 작가 자신이고 여자는 그의 부인. '애완동물 희롱하기'에서 남자는 충직함을 상징하는 개의 귀를 잡아당기며 다소곳한 여자의 관심을 끌어보려한다. '굴이 있는 만찬' 에서는 음탕한 표정의 남자와 가슴께를 풀어헤친 여자가 등장한다. 침대가 둘의 발달된 관계를 짐작케 한다. 여자 손에 들린 굴은 당시 최음제로 여겨졌다

4. 셀션 헤이그-초상화-역사화 발달

화려한 궁정문화를 자랑하는 헤이그에서는 초상화와 역사화가 발달했다.소설에서 모티브를 따 장식적인 색채로 표현하는 방식이 주류.아브라함 블루마르트의 '카리클레아로부터 승리의 종료가지를 하사받는테아게네스'(1626년 작·사진)에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작가는 당시 인기소설 '에디오피아의 설화'를 바탕으로 연작을 그렸다.이 작품의 왼쪽에는 테아게네스가 경쟁자를 제치고 경기에서 선두로 나선 모습이 있고 오른쪽에는 카리클레아로부터 승리의 표시로 종려가지로 받는 모습이 있다.소설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5. 섹션 암스테르담-대담한 붓 터치 "탄성 절로"

렘브란트의 '깃 달린 모자를 쓴 남자'(1635~40년경 제작 추정·사진)에서는 작가의 대담한 붓 터치가 돋보인다.빛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입체성을 더한 기법은 현재까지 칭송을 받고 있다. 한때 그림 속 남자가 작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동판에 그린 또 다른 작품 '웃고 있는 남자'는 인물보다 웃음이란 표정 자체를 포착했다. 암스테르담의 다른 작가들은 따뜻하고 밝은 색채가 살아있는 이탈리아풍 풍경화를 즐겨 그렸다.

6.섹션 엔트워프-'그림 속 그림'을 보세요

엔트워프의 대표 작가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혼잘레스 코크의 '회화 수집품이 있는 실내'(1671년 제작 추정·사진)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초대작 중 가장 크기(176x210.5cm) 때문.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이 작품 속에는 다른 앤트워프 작가들의 기존 그림이 10여개 담겨 있다.'그림 속 그림'은 각각의 작가가 직접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초상화가였던 코크는 그림 앞쪽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만 직접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그림을 주문한 수집가 가족.

○판매서적

도록(국립현대미술관)

-대형 3만6000원

-소형 7000원

○관련서적

-렘브란트(서문당)5000원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바로크 시대의

네덜란드 정물화(한길 아트) 2만2000원

-만화 서양미술사(다빈치) 1만2000원

글=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그래픽=정인성기자 71j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