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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애덤 스미스 구하기'…"시장경제 좋지만…"

입력 | 2003-08-15 17:41:00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쓴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애덤 스미스 구하기’에서는 그의 경제학 이론과 함께 도덕관, 철학관을 엿볼 수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애덤 스미스 구하기/조나단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388쪽 1만3000원 생각의나무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마도 딱딱한 경제원리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읽어 보니 형식이나 내용 모두 소설 그 자체였다. 이 책은 독점적 이윤을 꾀하는 거대 기업의 음모와 애덤 스미스의 심령술적 재림, 주인공 경제학자의 사랑 등이 얽혀 있는 잘 짜여진 플롯에 의해 전개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경제원리에 대한 이해와 경제이론에 대한 지식의 습득을 원한다면 아마도 실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경제학자들의 효시로서 애덤 스미스보다 그의 도덕 철학자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경제소설이기보다는 도덕철학소설이다.

경제와 소설의 접목은 이전부터 시도됐다. 20여년 전에 두 경제학자(앨프리드 마셜, 윌리엄 제번스)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마셜 제번스라는 필명으로 ‘한계에서의 살인’이라는 추리소설이 나왔으며, 그 이후 ‘수요상의 죽음’이 출간됐다. 애덤 스미스에 관해서는 프랑크 카프라 감독의 정치풍자영화를 빗대어 제목을 붙인 ‘스미스씨 모스크바에 가다’란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은 당시 스탈린식 계획경제에서 탈피해 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 러시아의 경제 변혁을 목격하게 된 애덤 스미스를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책은 ‘국부론’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그의 또 다른 명저 ‘도덕감정론’의 측면에서 재조명해야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다. 스미스는 시장경제와 도덕률이 마치 고딕양식의 건축물처럼 대칭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한쪽만 강조하면 균형이 깨지면서 무너지고 만다고 여겼다. 저자가 비유하고 있듯이, 도덕감정론에 대한 이해 없이 국부론을 읽는 것은 마치 구약성서를 읽지 않고 신약성서만 읽는 셈이다. 현대의 시장주의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 역시 너무도 잘못 이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절단된’ 손만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 손이 팔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팔이 우리 전신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모든 것을 시장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게는 준엄한 경고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시장은 어떠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하는 시장주의자들에게 이 책은 쓴 약이 되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이 도덕률의 기반에 서 있지 않으면 인간의 삶을 옥죄는 위험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명경영, 윤리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최근의 시류를 감안할 때, 이 책은 최고경영자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책을 읽기 위해 경제학에 대한 지식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다만 계몽주의 사상가들에 대한 지식은 이 책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의 제목은 분명 스필버그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차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내용에 더욱 잘 부합되도록 제목을 다시 붙인다면 ‘잊혀진 애덤 스미스 다시 찾기’쯤 되지 않을까?

최병서 동덕여대 교수·경영경제학부 mozartean@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