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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공주박물관 학예사 '안타까운 죽음'

입력 | 2003-08-12 18:06:00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5월 국립공주박물관 문화재 강탈사건 발생 당시 당직을 섰던 박문수 학예사가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고인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계약직으로 6년째 근무하다 어렵게 정규직 학예사가 됐다.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응시한 학예사 시험에서 두 번 낙방한 뒤 세 번째에 합격했던 것. 국립박물관의 경우 세 차례 시험에 실패하면 더 이상 시험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시험을 무난히 통과해 학예사가 된 그와 가족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렇게 해서 발령받은 첫 근무지가 바로 국립공주박물관.

호사다마였을까. 사상 초유의 문화재 강탈사건이 일어났다. 당직 학예사였던 고인은 갑자기 들이닥친 강도들에게 손발을 묶인 채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몸의 괴로움보다 그 후 마음고생은 더욱 심했다. 정규직 학예사로 불과 1년 남짓 일했을 뿐인데 대기발령을 받아 중앙박물관으로 출근해야 했던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인은 경주박물관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할 때부터 동료들로부터 성실하다는 칭찬을 들었다”며 “뜻하지 않은 불행이 겹쳐 안타까울 뿐”이라고 애도했다.

사실 고인은 강탈사건 직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 판정이 나와 6월초 재검진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이 사건의 여파로 병원에 들를 겨를이 없었다. 7월 초 기침이 심해지면서 동료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고인은 폐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바로 입원해 투병 생활을 시작했으나 끝내 건강을 되찾지 못한 채 부인과 네 살, 한 살의 어린 자매를 남겨두고 이승을 등졌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