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와 깨끗한 흙, 그리고 다정다감한 선생님과 친구들.
지리산 자락인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대안학교인 ‘돌나라 마근담 농업학교’(교장 홍정표) 학생들은 축복받은 자연환경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해발 400m에 위치한 이 학교는 대지면적이 2만여평에 이르지만 식구는 남학생 45명, 여학생 55명 교사 10명 등으로 단출하게 이뤄져 있다.
▽설립배경=영농교육단체인 ‘돌나라 한농복구회’가 1994년 9월 중학교 과정으로 설립했으며 유기농 재배와 심신수련을 통해 깨끗한 자연을 호흡하며 가족적인 학교 분위기 속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70%는 한농복구회 회원들(8000여명)의 자녀이며 나머지 30%는 이 학교의 교육 취지에 공감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다.
학교가 해외에도 소개되면서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의 외국인 학생 4명이 유학을 하고 있다.
▽교과과정=학교폭력과 원조교제 인터넷 음란물이 난무하는 도시의 유해환경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중함과 인간존중을 스스로 깨닫도록 수업이 진행된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예절을 배우는 ‘명심보감’이 정규과목으로 채택된 데다 학교생활에서 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도 일반 학교와 다른 특징이다.
이런 교육방법 때문에 교내에서 흡연 왕따 폭력이 사라져 ‘3무(無)’를 자랑으로 삼고 있다. 또 패스트푸드나 인스턴스 식품을 금지하고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와 곡물로 식단을 마련해 겨울에도 감기에 걸리는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
일란성 쌍둥이 자매인 2학년 김영주, 영선양(14)은 “처음에 입학했을 때는 부모님이 보고 싶어 많이 울기도 했지만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너무 따뜻하게 감싸줘 한 달만에 이 곳을 너무 사랑하게 됐다”며 “해외 유학을 다녀온 뒤 커다란 유기농 농장을 경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교내생활=학생들은 오전 3시 반에 기상해 1시간동안 새벽운동과 명상시간을 갖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 6시에는 아침을 먹고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일반 학교처럼 국어 영어 수학 한문 명심보감 등을 배운다.
낮 12시부터 2시간동안 점심시간을 보낸 뒤 오후 4시까지 유기농 교육이나 음악 무용 등 예능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은 직접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농기계를 다루는 방법도 배우고, 클라리넷 플롯 바이올린 첼로 고전무용 미술 등 예능수업도 받는다. 이 때문에 졸업할 때에는 최소 3가지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오후 4시 이후에는 동아리 활동과 자유시간이며 오후 8시반에 잠자리에 든다.
홍정표 교장은 “물질만능의 현대 산업사회로 인해 삐뚤어진 인간성을 회복하게 하는 동시에 한국의 농업도 살리는 길은 이 같은 교육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