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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주기자의 도쿄산책]조국 팔아먹는 재일교포 매국노들

입력 | 2003-08-06 14:07:00


한국을 '팔아 먹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제가 대한제국을 삼킬 때, 체하지 않도록 소화제처럼 준비한 것이 한일합방조약이다. 자발적 합병이라고 국제사회에 둘러대려고 마련한 엉터리 조약을 맺는데 앞장선 한국인들을 역사는 매국노라 부른다.

그런데 요즘에도 한국을 '팔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국 사정에 관한 책을 쓰거나 잡지 등에 기고하거나, 혹은 TV에 출연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 중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적은 분명 한국인데 매국노조차 '선배님'할 정도로 작심하고 활약중인 이들이 그런 부류다. 대다수 재일교포들은 이들의 TV 출연이나 글이 화제가 되면 이제 울분은 넘어 "꼭 그렇게까지 해야 일본에서 먹고 살 수 있나"하며 측은해 할 정도다.

최근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관해 한 잡지에 기고한 평론가의 글도 그런 '한국 팔이'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한국인은 언제쯤 야스쿠니를 이해하게 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필자는 "한국이나 중국이 비판한다 해도 8월 15일에는 모든 각료가 야스쿠니신사를 집단참배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제2차세계대전 후 전범으로 사형판결을 받고 처형됐거나 병사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것을 문제 삼는 한국이나 중국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본이 일으켰던 전쟁이 과연 침략전쟁이었던가 하는 의문이 있는데다 점령군에 의한 일방적인 재판 자체가 부당했기에 이들은 전범이 아닌 순국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총리 이하 전 각료가 참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일본 국수주의 단체 간부의 말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일본의 민간 TV에 해설자로 단골 출연하는 한 한국인에 대한 평도 그렇다. 얼마 전 본지 도쿄지사에 한 일본인이 전화로 "정말 '그 놈'도 한국인이냐"고 따지듯 물어온 적이 있다.

남북한이 아무리 나쁜 사이라 해도 같은 민족으로 할 말, 못할 말이 있는데 일본 사람이 자신이 봐도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들 '이상한 한국 전문가들'이 잘 팔리는 일본 풍토가 큰 문제라고 자탄하기도 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 가운데는 "속이 터질 노릇이나 그렇다고 국적을 박탈할 수도 없고…"라며 곤혹스러워 하는 이도 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한국을 '팔아 먹고' 산다고 한들 현행법 위반은 아니다. 이들을 제재할 방법이 마땅찮은 게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이들 매국노들은 내놓고 '소신 운운' 하며 한 시대의 판단을 흐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잊고 있는 게 있다. 역사의 법정에는 '시효'가 없다는 사실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