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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70…아메 아메 후레 후레(46)

입력 | 2003-07-17 18:36:00


파닥 파닥 파닥 파닥 파닥 파닥 파닥 파닥 파닥 파닥, 소녀는 돌아보았다. 백 마리? 아니 이백 마리도 더 될 것 같은데, 회색비둘기 떼가 파란 하늘을 빙빙 돌면서 점점 원을 좁혀 붉은 벽돌 역사 위로 내려앉았다.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시아 민족의 낙토만주….

일본 남자 두 명과 조선 여자 열한 명인 일행은 역 앞에 있는 양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고 레코드 가게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출발 20분 전에 홈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므라이스 맛이 어떻더냐?” 사냥모 쓴 남자가 맥주 냄새나는 트림을 하면서 물었다.

“너무 너무 맛있었어요. 나, 오므라이스, 난생 처음 먹어보는 거예요. 계란으로 둘둘 만 빨간밥, 그것 뭐로 맛 낸 건가요?”

“케첩이라고 하는 거다. 쌀 설탕 술 담배, 만주 사람들한테 돈을 쥐어주면 못 구하는 게 없다. 내지나 반도에서는 배급을 받으려고 긴 줄을 선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거다.”

“어느 게 비둘기호예요?”

“저기 저기.”

“잠시 보고 올 게요.”

“그 선생이란 작자하고 대련까지 같이 가기가 끔찍해서 일등석으로 했다. 일등차로 오거라.”

꼼꼼하게 손질하여 거뭇거뭇 빛나는 기관차는 급수, 탄수차의 석탄과 화로, 바퀴 주변의 점검을 끝내고 쉭 쉭 증기를 뿜어내면서 출발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찬찬히 보니까 검정이 아니다, 검정에 가까운 감색이다, 보름달 밤 같은 색, ‘대륙’하고는 약간 모양이 다르다. 기관차 앞머리가 매끈한 반원이다. 객차는 느티나무 잎처럼 짙은 녹색. 파시나 12, 12니까 하나둘로 외워야지, 하나 둘! 하나 둘!

‘비둘기’는 봉천역을 정각 13시47분에 출발했다. 창밖 경치를 구경하면서 소년은 연방 하품을 해댔고, 소가둔(蘇家屯)을 지날 즈음에는 눈을 감고, 요양에 도착하기 전에는 창틀에 엎드려 있었다.

눈을 뜨자, 태양이 빨간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열차의 그림자가 고량밭에 일렁이고, 연기는 노을에 물들어 붉게 너울거리고 있었다. 목부터 아래는 잎에 가려 있는 중국인 농부의 검은 모자만 징검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나타났다. 지금 꿈을 꾸고 있었는데, 무슨 꿈인지는 잊어버렸다, 슬펐는지 즐거웠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꿈을 꾼 것만은 확실한데.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하루 종일 햇볕에 말린 무명천 같은 대기가 이마에 돋은 땀을 말렸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