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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완씨 인맥-로비,‘마음 통하면 현금공세’ 실세들과 친교

입력 | 2003-06-30 18:41:00


현대의 양도성예금증서 150억원을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씨가 160억∼180억원이 든 ‘돈가방 수송작전’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가 관리한 인맥과 로비방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가 관리한 인맥은 역대 정권에 걸쳐 화려하게 포진하고 있다.

먼저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국방력 증강사업의 하나인 율곡사업의 시작과 함께 김씨의 주가도 뛰기 시작했다. 80년대까지는 중앙정보부 국장과 주요 해외공관 공사를 지냈던 장인 A씨를 통해 군관계자들을 소개받았던 정도.

당시 준수한 외모와 언변이 뛰어났던 그가 룸살롱 등에서 군관계자들과 접촉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는 것. 1993년 당시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김씨는 장인의 후광을 업고 국내 군당국과 미국측 무기판매상을 잇는 에이전트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헬기와 전투기 도입 사업에 관여했던 김씨는 이때부터 군 수뇌부와도 인연을 맺었으며 상당한 액수의 ‘현찰’도 거머쥐었다는 것.

김씨는 97년 정권교체 시기에도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핵심실세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권노갑(權魯甲)씨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 또 김영삼 정부 때 군 및 정보기관 실세였던 K씨, 정보기관 핵심간부 O씨와 김대중 정부 때 장관을 지낸 K씨 등과의 친분도 과시했다는 것. 올 3월 특검법이 통과돼 해외로 도피한 김씨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새 인맥 만들기에 안간힘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운전사들에 따르면 그의 로비 핵심은 골프를 하면서 마음이 통하면 현금을 갖다 안기는 식이었다. 그의 자가용 ‘1호차’인 벤츠와 ‘3호차’ 스타크래프트의 팔걸이 수납함에는 항상 1만원권과 수표 다발이 가득 차있었다는 것이다.

운전사 A씨는 “DJ정권의 모 실세 관료, 정치인과의 식사 때는 즉석에서 상대측 운전사들에게 엄청난 ‘촌지’를 건네기도 했다”고 전했다.

30대 후반부터 실세들과 골프모임을 가져온 그는 골프장에서 건강관리와 풍수 등 가벼운 화제로 친분을 쌓아갔다는 것. 그와 두어 차례 골프를 한 B사립대 총장은 “의자나 책상은 어느 쪽으로 놓는 게 좋다, 소나무 아래서 심호흡을 해야 좋다는 등의 한담을 즐겨했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또 전직 장관 L씨는 “사업이야기는 절대 내놓고 하지 않으며 적을 만들지 않으려 했다”고 평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