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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스케치]청량리 깡통시장…"서울서 최고싼곳" 옛말

입력 | 2003-06-13 18:20:00

불경기로 한산한 모습인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깡통시장.-원대연기자


《“1990년대 말 장사가 잘될 때 큰 가게는 하루에 2.5t 트럭 5대 분량을 팔았지요. 그 정도면 하루 매출이 1억원가량 됩니다. 중간 규모인 우리 가게도 서울 강남의 룸살롱 한 곳에만 우롱차 녹차 생수 마른안주를 매일 1t 트럭으로 1000만원어치씩 공급했습니다. 그땐 정말 돈 많이 벌었는데…. 요즘은 작년 매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청량리 깡통시장은 서울에서 식료품과 잡화를 가장 싸게 파는 곳 중의 하나다. 12일 만난 P상회 주인 오모씨는 불황으로 매출이 떨어지면서 깡통시장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걱정했다.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옆 청과물시장 뒤로 들어가면 정화여중 앞까지 500m 구간에 70여개의 식료품 잡화 도매점이 즐비하다. 음료수 커피 라면 과자 맥주 밀가루 화장지 뻥튀기 등 공장에서 만드는 식료품과 잡화는 거의 없는 게 없다.

가게 앞은 식료품 잡화 박스가 3∼4m 높이로 쌓여 마치 성곽을 연상시킨다. 10여평 크기의 매장은 가정집과 연결돼 있다. 주택 마당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하곤 온통 박스더미다. 가게 앞 거리는 박스를 옮기는 지게차들로 분주하다.

이곳은 소비자가격보다 30∼40% 싸게 판다. 소비자가격이 3000원인 1.5L짜리 토마토주스는 2000원, 330원 내외인 캔커피는 200원에 살 수 있다. 1.5L짜리 콜라는 1040원(소비자가격 1300원 내외), 캔 골뱅이는 4100원(소비자가격 6000원 내외), 캔맥주는 1100원(소비자가격 1300원 내외). 대체로 할인매장과 비슷하거나 약간 싼 편이다.

물건이 싼 비결에 대해 오씨는 “식료품과 잡화를 대리점이나 공장에서 대량으로 직접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급히 어음을 막아야 하거나 돈이 필요한 대리점에서 출고가보다 싸게 물건을 넘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깡통시장의 주요 고객은 지방도매상 슈퍼마켓 식당 술집 등이다. 간혹 주부가 와서 사가기도 한다.

이곳의 역사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경동시장 상인들을 위해 생필품을 싸게 공급하는 가게가 하나둘 생겨났다. 80년대 초 가게가 늘어 시장이 형성됐고 싸게 판다고 해서 깡통시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때부터 외환위기 전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값이 싸기로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대형 할인마트가 등장하면서 이곳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 상인은 깡통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이렇게 비교했다.

“90년대엔 전국의 도매상 슈퍼 술집 주인들이 다 이곳으로 몰렸습니다. 차량이 너무 많아서 물건을 산 후 빠져나가는 데 3, 4시간이 걸릴 정도였고 물건을 대느라 강남 룸살롱 구경도 많이 했죠. 다 옛이야기고 시장 전체의 하루 매출은 요즘 4억∼5억원에 불과합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