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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리포트]촌뜨기 스튜다드 마침내 가수 되다

입력 | 2003-05-29 17:34:00


21일 뉴욕에서 열린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결승전 TV 시청자는 3370만명이었다. 3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자 3310만명보다 많았다. 작년 9월의 1회 아이돌 결승전 시청자 2300만명에 비해 1000만명 이상 늘어났다. 인기 폭발이다. 폭스TV가 중계한 두 시간의 특집프로에서 우승자가 가려진 막판 30분에는 시청자 수가 4000만명을 육박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한국의 ‘전국노래자랑’처럼 가수지망생들이 노래실력을 겨루는 프로다.

‘루벤이냐 클레이냐.’ 이번 2회 ‘아이돌’의 결승에서는 루벤 스튜다드(25)와 클레이 아이켄(24)이 맞붙었다. 전국 지망생 7만여명 중 지역별 오디션을 거쳐 후보들을 압축해 결선 진출자 12명을 뽑았다. 매주 공연을 통해 이들 가운데 시청자의 전화 투표 결과 가장 적게 표를 얻은 사람 한명씩 탈락하는 방식으로 미국 최고 인기인을 확인해 나갔다. 여러 도시의 바에서 공연해온 바니사 올리바레즈(22·여)가 가장 먼저 떨어졌고 스튜다드가 우승후보로 꼽았던 킴벌리 로크(25·여)는 결승 문턱에 걸려 물러나야 했다.

결승전 전화 투표에는 시청자 2400만명이 참여했다. 불과 13만표 차이로 우승과 준우승이 갈렸다. 뚱보 스튜다드는 우승이 발표되는 순간 환호하는 대신 고개를 숙였다. 앨러배마주 버밍검 출신의 시골뜨기는 마이크 앞에서 “다 좋아요” “끝내주네요” “(기뻐서) 몸이 떨려요” 같은 말밖에 하지 못했다. 방송 후 무대 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야 “꿈을 이뤘다”는 소감을 겨우 밝힌다. 그러면서 “이번 경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승자”라고 말하는 그다. 하지만 그것은 잘 가꿔진 스타보다, 무엇이든 다 해낼 것 같은 얼굴과 차림새와 말투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스튜다드. 고교시절 풋볼 선수. 무직. 리듬 앤드 블루스 가수. 밴드와 공연 경력. 한가롭고 평온한 태도와 부드러운 목소리. 그를 설명하는 내용들은 길지 않다. 전쟁, 힘, 자만심…. 요즘 TV속의 미국인들에게서 풍기는 인상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그가 큰 인기를 누리는 데는 미국인의 전쟁 직후 공허함과 관계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이제 스타의 길을 걷게 된다. 다른 가수들은 음반을 내고 열심히 홍보해도 알아줄까말까 하지만 스튜다드는 이미 수백만, 어쩌면 수천만의 팬을 갖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작년 1회 ‘아이돌’ 켈리 클라크슨(20·여)이 올해 발표한 음반 ‘감사하는(Thankful)’이 빌보드 1위에까지 올랐던 것도 고무적이다.

클라크슨은 중학생 시절 혼자서 노래를 부르다 교사의 눈에 띄어 합창반에 들어가 뒤늦게 노래교육을 받았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데모 테이프를 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실패하고 아파트까지 불에 타는 바람에 아무것도 없이 낙향했다가 친구의 격려를 듣고 ‘아이돌’에 도전해 가수의 꿈을 이뤘다.

이 같은 신데렐라, 벼락 스타의 흥미로운 요소가 있기 때문에 ‘아이돌’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행렬은 갈수록 길어진다. 영국에서 유행하는 ‘팝 아이돌(Pop Idol)’을 본 떠 작년 여름에 시작된 ‘아메리칸 아이돌’의 세번째 선발전은 7월8일 시작돼 미국의 여름을 더 뜨겁게 만들 것이다. 이와 함께 폭스TV는 이런 인기를 발판으로 6∼13세의 청소년을 겨냥한 ‘아메리칸 주니어’를 준비 중이다. 가수와 댄서 등 미래의 스타를 뽑는다면서 뉴욕 등지에서 오디션을 개최해 수천명의 청소년이 부모 손을 잡아끌고 모여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올 가을 방영된다.

스튜다드에겐 누구보다 ‘아메리칸 아이돌’을 후원하는 유명 제작자 클라이브 데이비스가 힘이다. 휘트니 휴스턴, 앨리시아 키스 등을 키워낸 데이비스씨가 새 ‘아이돌’과의 독점계약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튜다드는 데이비스씨의 J레코드와 전속계약했다. 데이비스씨의 지휘 아래 스튜다드의 데뷔앨범은 9월에 나온다. 이에 앞서 결승전의 인기를 끌고 가기 위한 전략상품으로 첫 싱글 ‘날개 없이 난다’가 6월 초 나온다.

준우승을 한 아이켄도 데이비스씨가 운영하는 회사인 RCA레코드와 계약했다. 그의 싱글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역시 곧 선보인다. 데이비스씨는 이들 둘의 앨범을 비슷한 시기에 내놓아 빌보드 상에서 또 한번 경쟁하게 만들 생각이다. 경쟁이 ‘아이돌’을 만들고 ‘아이돌’을 강하게 한다.

홍권희기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