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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이모저모]한국철강 전기로 11년만에 멈춰

입력 | 2003-05-11 18:31:00


휴일인 11일 전국운송하역노조 조합원들의 파업으로 부산항과 전남 광양항이 마비상태에 빠졌다. 원자재가 반입되지 않는 바람에 한국철강 창원공장의 전기로도 92년 설치 이후 처음으로 멈췄다.

▽부산항=화물연대 부산지부 소속 7개 지회 조합원 60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남구 용당동 신선대부두 주변 6차선 도로에다 화물차를 주차시킨 채 부두 입구 공터에 모여 오후 늦게까지 노동가를 부르며 집회를 계속했다.

이들은 아스팔트 위에 드러누워 발버둥치며 “화물노동자 다 죽는다. 경유가를 인하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단결을 과시했다. 집회에는 부인과 어린이를 동반한 노조원 참가자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파업은 화물연대 노조집행부의 지침에 반발해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인 데다 파업유보 결정을 내린 김영원 부산지부장의 사퇴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신선이 놀았다는 신선대(神仙臺)부두는 컨테이너차량의 출입이 중단된 데다 작업도 이뤄지지 않아 물류 대란을 실감케 했다. 또 신선대∼감만∼우암∼자성대부두로 연결되는 10여㎞의 우암로 양쪽에는 대형 화물차들이 길게 늘어서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이날 신선대부두에서 제1부두에 이르는 도로에다 20m간격으로 3인1조씩 병력을 배치하고 양산ICD∼동서고가도로, 수정터널, 동래ICD, 광안대로 주변에도 병력을 배치했다. 또 부산시와 건설교통부 부산해양수산청 부산노동청 등 관계기관 간부들도 이날 오전 부산시청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광양항=광양항컨테이너부두도 화물연대 소속 운전사들의 운송 거부로 사흘째 수출입화물 반출입이 대부분 중단됐다.

11일 컨테이너부두공단 광양사업단에 따르면 10일 물동량은 평균치의 20% 정도에 그쳤다. 이들은 특히 12일부터 두 달간 도이동 컨테이너부두 배후도로에서 매일 집회를 갖기로 경찰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해 물류대란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철강=한국철강 창원공장의 전기로도 원자재 반입중단으로 8일부터 4일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3교대 근무를 하는 현장직들도 정상 출근, 기계 점검과 청소 등으로 소일하며 협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회사의 120t급 전기로는 8일 오전 7시10분부터, 20t급 전기로는 10일 오전 7시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 1992년 설치한 전기로는 7∼24시간씩 보수와 점검을 위해 세우기는 하지만 원자재가 없어 가동이 중단된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화물연대 경남지부 회원들은 이날도 회사 정문 옆에 30여대의 트레일러 등을 세워둔 채 ‘화물노동자 다 죽는다’ ‘경유가 인하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계속했다.

한국철강 창원공장은 가동이 중단된 데다 오가는 차량도 없어 한적한 분위기였다. 압연공장에는 수해복구지역 등으로 출하될 3만여t의 철근 완제품이 먼지가 덮인 채 쌓여 있었다.

이 전기로는 고철을 넣어 15만4000V의 전기 스파크 고열(최고 섭씨 1600도)로 고철을 녹여 쇳물을 생산해 내는 시설. 120t 전기로는 고철 3400t을 넣어 3100t의 쇳물을, 20t전기로는 340t의 고철을 넣어 310t의 쇳물을 매일 생산해 왔다.

제강공장 용해반 서정식 계장(52)은 “직원들이 출근해 보수와 정리정돈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일을 할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광양=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