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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12…명멸(明滅)(18)

입력 | 2003-05-11 18:09:00


죄 벌 죄 벌 변명? 누구에게? 아들은 죽어버렸다 아들이 어둠에 귀기울이고 있다 한들 변명을 하여 무엇이 회복된단 말인가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이제 나는 그 누구도 아니다 나는 이제 아마도 끝이다 끝내고 싶다 잠든 사이에 모든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아무리 행복에 겨운 빛나는 하루였다 한들 그것이 과거의 어느 날이라면 떠올리기가 고통스럽다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어느 날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하루가 될 것이다 살아 있는 한 내일을 피할 수 없다 거역할 힘이 없다

눈을 돌리기가 고작이다 사방은 고요하게 잠들어 있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바짝바짝 다가오고 있으리라 내일이! 동생도 그 남자 꿈을 꾸고 장도칼을 손에 쥐었을까 벌써 그 꿈을 꾸지 않은 지 몇 년이다 장도칼로 자기 목을 베는 나를 닮은 그 남자 꿈을 그러고 보니 동생도 나하고 체격이 똑같았다 체격뿐만 아니라 얼굴 생김도 달리는 자세도 그 장도칼이 이번에는 동생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한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뱉지 않고 목구멍 깊숙이 삼켰다

1941년 12월8일 제국, 미영에 선전 포고

칙서

천우의 뜻을 받아 만세 일계의 황통을 이어받은 대일본제국 천황은 충성스럽고 용맹한 황민들에게 널리 알리노라 짐은 미국과 영국에 전쟁을 선포하였으니 육해장병들은 전력을 다하여 교전에 임하며 문무 백관은 정성을 다하여 직무를 행하며 백성들은 각기 제 본분에 충실하여 온 마음 하나로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정전(征戰)의 목적을 달성함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라

어명어쇄(御名御璽)

1941년 12월8일 각국무대신부서

“우리 해군, 하와이 폭격”

“호놀룰루 앞 바다에서 해전 전개”

“미 수송선에 어뢰”

“필리핀 섬, 괌 섬을 공습”

“싱가포르도 공격”

“말레이 반도에 기습 상륙”

“홍콩 공격 개시”

1942년 2월6일 구니모토 노부요시(信好) 탄생 4남

부 구니모토 우테츠(雨哲) 모 야스다 시즈코(安田靜子)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