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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방]'열네 살의 여름'…열네살 사라의 ‘회색빛 인생’

입력 | 2003-05-09 17:15:00


◇열네 살의 여름/베치 바이어스 지음 테드 코코니스 그림 김영진 옮김/184쪽 8000원 소년한길

열네 살의 사라는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걷어차고, 뛰어올라 커튼을 찢어내리고 침대보를 갈기갈기 찢고, 망치로 벽에 구멍을 내고’ 싶은 기분이다.

엄마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는 먼 곳에 살며 고모와 함께 사는 3남매를 위해 생활비를 보내온다. 게다가 동생 찰리는 정신지체라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여름날, 사라는 고민에 빠진다. “왜 나만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도널드 덕처럼 보이게 하는 끔찍한 귤색 운동화, 자기가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하는 고모, 줄무늬가 맞지 않는 (집에서 만든) 원피스, 이 모든 것들이 사라는 짜증스럽다.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사라의 마음은 불만으로 가득 찼다. 자기 자신과 생활과 식구들에 대해 화가 나고, 다시는 어느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 왜 폭풍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사라는 알 수가 없다. 찰리와 함께 고니를 보러 간 호숫가에서 난데없이 눈물이 왈칵 솟아오른다.

고니를 보고 온 날 밤에 찰리가 없어지고 말았다. 사라는 찰리가 고니를 보러 갔을 거라 생각하고 호수 근처를 샅샅이 뒤진 끝에 어렵사리 찰리를 찾게 된다. 사라는 그를 꼭 안아준다.

사라는 불현듯 깨닫는다. 하루 전만 해도 기분이 바닥이었는데, 고니들이 새로운 호수를 찾아 떠나는 것처럼 자신도 모든 것들로부터 멀리 도망쳐 버리고 싶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갈등과 혼돈의 터널을 지난 사라는 삶의 계단을 하나씩 딛고 올라가고 있다.이 소설은 불우한 가정환경에 놓인 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 길고 멀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열네 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청소년 도서상인 ‘뉴베리상’ 수상작. 원제 ‘The Summer of the Swans’.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