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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기아 오피러스

입력 | 2003-05-05 17:47:00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이 미국에 수출하는 중대형차는 뉴그랜저XG(수출명 XG350)뿐이다. 이마저 지난해 경쟁차인 도요타 아발론, 닛산 맥시마 판매량의 20% 수준인 1만6600여대만이 팔렸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기아차 오피러스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신차 발표와 함께 미국 수출을 공언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가 주춤하는 사이 기아차가 미국 중대형차 시장 공략의 막중한 임무를 넘겨받은 것이다. 오피러스의 연간 수출목표는 2만5000대로 지난해 국내 대형차종 5개의 전체 수출량보다 많다.그래서 시승차 오피러스 GH350을 받았을 때 다른 어떤 시승차보다 더 흥분됐다.

국내에서 그랜저와 에쿠스의 중간 소비자를 겨냥한 오피러스는 ‘자가운전자를 위한 고품격 세단’이라는 거창한 컨셉트를 내세웠다.

원형 이중 헤드램프와 굵은 수직선이 강조된 라디에이터그릴은 유럽 차의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가져왔다. 투구모양의 라디에이터그릴과 수직으로 세운 C필러(뒷문 유리기둥 부분)에는 중후함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수입차가 많은 서울 강남 모 주차장의 관리자가 “아니, 어느 나라 차예요”라고 묻는 것도 자연스레 들렸다.

차 안은 냄새부터 달랐다. 수용성 접착제를 사용해 실내 냄새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계기판은 대낮에도 밝게 빛나고 시트 조절버튼은 조작하기 편하도록 문짝에 붙어있다. 대시보드는 안전을 위해 폭신폭신한 저발포 소재로 만들어졌다 ‘국내 자동차회사들도 드디어 상품성에 눈을 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버튼이 위쪽을 향해 있어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점이나 동급 최대의 트렁크를 위해 뒷좌석 공간이 좀 좁아진 점은 아쉽다.

시동을 걸자마자 서울올림픽대로를 따라 경기 양평군까지 내달렸다.

너무나 부드러운 핸들링, 시속 100㎞에도 조용한 실내 소음은 일본차에 버금간다. 차체 바닥을 평평히 하고 라디에이터 팬의 디자인을 바꿔 실내 유입소음을 차단한 덕분이다. 부드러움을 위해 엔진 파워는 양호한 듯. 3500cc치고 낮은 최고출력(198마력) 탓인지 동급 수입차에 비해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차 곳곳에는 자가운전자용 설계와 전통 고급차 설계를 조화시키려는 제작팀의 고민이 배어있었다. 하지만 아직 ‘수’를 받을 정도는 아닌 듯.

그래도 수입차 수준의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상품성, 그리고 첨단 안전 및 편의장치 등을 고려할 때 4250만∼4870만원의 가격은 국산차보다는 자꾸 수입차와 비교하게 된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