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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전북]수해복구비는 눈먼 돈?

입력 | 2003-04-25 22:58:00


《태풍 피해를 부풀려 보고하고 공사비를 타 낸 공무원 등이 잇따라 적발되고 피해 복구 과정에서 부실시공이 드러나는 등 수해 복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해 복구공사 사업자 선정에 특혜의혹이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수해 복구비는 눈먼 돈’=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해 발생한 태풍 ‘루사’ 피해를 상부기관에 허위 또는 과장 보고해 사업비 8억원을 부당배정 받은 전남 고흥군청 직원 이모씨(43) 등 공무원 3명과 군의원 명모씨(42) 등을 공문서 위조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10일 구속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씨 등은 명씨의 부탁을 받고 피해가 전혀 없거나 경미한 선착장과 방파제 3곳을 피해가 실제보다 많은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지난해 11월 태풍 ‘프라피룬’ 피해를 허위신고해 수억원의 보조금을 받아낸 혐의(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로 전남도의회 의원 박모씨(44)와 고모씨(58) 등 전남 신안군 흑산면 주민 5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피해복구도 부실=전북도의회 재해지원특위는 16일부터 이틀간 무주, 남원 등 수해복구 현장을 조사한 결과 “일부 복구 공사과정에서 부실 시공이 드러났다”며 재시공을 요구했다.

도의원들은 무주군 무풍면의 경우 석축 공사 바닥 다지기가 제대로 안돼 집중 호우시 또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재시공을 촉구했다. 구량천 공사는 안전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원시 사매면 하천 제방 석축공사 현장에서는 시공업체가 레미콘 양을 늘리기 위해 현장에서 레미콘에 모래와 흙을 추가하다 적발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해복구 비리 밝혀라’=최근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신안군이 태풍 ‘루사’에 따른 피해복구사업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건설업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공사를 수주한 뒤 리베이트를 받고 건설업체에 사업권을 넘긴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다.

신안군은 태풍 ‘루사’ 내습으로 방조제, 선착장, 방파제, 도로 등 공공시설 208건이 유실되거나 파괴돼 이에 따른 항구 복구비로 정부로부터 350여억원을 지원받았다.

이와 관련 신안지역 시민단체인 ‘신안포럼’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신안군지부는 성명을 통해 수의계약 공사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투명행정을 위한 주민소환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고흥군농민회 등 6개 시민사회단체도 최근 고흥군 태풍피해 복구사업에 대한 감사원과 행정자치부 감사를 요구하고 금명간 ‘부정부패추방 고흥군민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허술한 관리가 원인=수해 피해상황은 면과 시·군 상황실을 거쳐 국가안전정보관리시스템으로 입력되고 곧바로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재해대책본부로 통보된다. 시·군이 피해 발생 2일 안에 잠정 피해액을 산출해 보고하면 중앙부처는 광역자치단체에 실사단을 파견, 현장조사를 벌이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중앙합동점검반의 인원이 크게 부족해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실상 현장조사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해 때 중앙부처 실사단원 20명이 전남에 파견돼 도청 직원 13명과 함께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피해가 많은 섬 지역은 가보지도 못했고, 전남도청에서 서류(재해대장)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성수(金性洙) 신안포럼 대표는 “수해 피해 조작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현장조사가 극히 형식적이고 허술하기 때문”이라며 “응급복구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수의계약제도도 비리를 양산하는 온상인만큼 공사계약과 사후감독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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