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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하늘정원' 카타르시스 없는 멜로

입력 | 2003-04-03 17:58:00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그를 사랑하는 남자의 사연을 그린 ‘하늘정원’ 사진제공 두손드림픽처스


일가친척 하나 없이 혼자 살면서 분장사로 일하는 영주(이은주)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위암 말기 환자다. 불같은 성격 때문에 해고당한 뒤 돈을 벌기 위해 단란주점에 나간 영주는 옆자리에 앉은 의사 오성(안재욱)을 만난다.

오성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대를 이어 호스피스 병원의 원장을 맡기로 결정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오성은 영주를 사랑하면서도 마음의 문을 잘 열지 못한다.

내용을 뻔히 알면서도 주인공들의 운명과 안타까운 사랑에 눈물을 짓는 게 멜로 영화다. 그러나 관객들이 ‘하늘정원’을 보면서도 그런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영화는 “난 언제나 남겨진 사람이었다”는 오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마음을 준 모든 것이 결국 다 떠나갔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건 남자가 새로 만난 사랑 앞에서 겪는 갈등과 아픔이 영화의 포인트다.

그러나 영화의 어느 대목에도 그런 느낌을 전달하는 묘사가 전혀 없다.

술에 취한 오성이 “사랑하는 사람 다 떠나보내면서 산송장으로 살아야 되나”하며 울부짖을 때 보는 이는 그가 언제 그렇게 사랑했는지 어리둥절해질 뿐이다. 죽음을 눈앞에 뒀다는 영주가 얼굴을 예쁘게 찡그리며 “나에게 진통제는 당신이예요”할 때에도 실소가 터진다.

두 사람의 추억이 어린 가로등 밑에 영주가 도착하자마자 멀쩡한 하늘에서 갑자기 소담스러운 눈이 쏟아지는 장면처럼 만듦새가 허술한 대목들도 자주 눈에 띈다. 감독 이동현. 전체관람가. 4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