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후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주도 오름세가 이어져 종합주가지수 600선까지는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주에 주초보다는 주말, 오전보다는 오후에 오르는 전약후강(前弱後强) 패턴도 추가 상승의 여력이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전후처리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1주일∼10일 단위로 짧게 끊어 치는 투자자들은 전황(戰況)에 따라 종목을 바꿔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장기 투자자라면 전황보다는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 전망의 변화를 눈여겨보는 게 낫다.
▽‘전쟁 랠리’ 얼마나 더 갈까〓대다수 전문가들이 600까지는 갈 수 있다고 본다. 600은 이라크 관련 불확실성으로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했던 폭의 50% 수준.
종합주가지수는 유엔이 ‘대이라크 결의안’을 채택한 지난해 11월8일(675)부터 올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17일(515)까지 160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에 주가를 결정적으로 좌우한 것은 경기회복 전망보다는 실물경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대내외 리스크였다.
현대증권 오성진 스몰캡 팀장은 “대내적 리스크(북한 핵문제와 SK글로벌 회계분식 사건)와 대외적 리스크(이라크 위기)가 각각 절반가량 영향을 미쳤다고 볼 때 600은 대외 리스크로 인한 낙폭이 회복된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황에 따라 전쟁랠리는 더 이어질 수도 있고,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북핵 문제나 경기전망 등으로 주가는 전쟁 기간에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아직 5% 내외의 반등 여지가 남아있지만 현재 상승세를 타고 추격매수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며 “낙관론에 휩싸이지 말고 고점에 가까워지면 분할 매도하는 전략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포인트〓전쟁 발발 후 한국전력과 KT를 제외한 시가총액 10위권 종목은 전쟁 직전의 저점에서 12∼20% 올라 17일 저점 이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11.7%를 따돌렸다. 심리적 안도와 저가 메리트로 주가가 오를 때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암묵적’ 시장 목표치인 600선의 7분 능선까지 단숨에 뛰어오른 주가가 지금부터는 종목간 차별화 양상을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쟁이 미국의 뜻대로 전개돼 랠리가 좀더 이어진다면 증시의 주도권은 계속해서 대형 우량주가 잡을 것이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주가는 보합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이미 많이 오른 종목보다는 조명을 덜 받은 우량주인 옐로칩에 손을 대는 경향이 있다.
최근 외국인에게서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 10위권의 LG전자 SK텔레콤 지분을 높이는 가운데 20위 미만인 대한항공 LG카드 삼성중공업 대신증권 CJ LG석유화학 LG건설 등에 손을 대고 있는 것.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중단기투자자들은 전쟁 뉴스와 외국인의 투자 패턴을 동시에 살펴가며 투자종목을 교체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미-이라크전으로 주말을 넘긴 주식시장은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이게 될까.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