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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분교로 쫓겨난 속물교사 '선생 김봉두'

입력 | 2003-03-20 18:14:00

촌지를 밝히는 ‘부패 교사’가 오지 분교로 쫓겨난 뒤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영화 ‘선생 김봉두’ 사진제공 좋은영화사



닳아빠진 도시인들이 원치 않는 시골생활을 하게 되면서 ‘영혼의 정화’라는 결실을 거두게 된다는 것은 ‘국민형 코미디’ 영화의 단골 소재다.

지난해 흥행작 ‘집으로…’가 영악한 서울아이와 시골 외할머니의 교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28일 개봉될 ‘선생 김봉두’는 서울의 속물 교사와 순박한 시골아이들의 교감을 통해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시도한 코미디 영화다.

디테일이 약하고 캐릭터는 허술하지만, 스크린에서 넘쳐나는 눈물에 쉽게 전염이 되는 성향의 관객이라면 보고 난 뒤 별 아쉬움이 없을 듯하다.

김봉두 (차승원)는 촌지를 밝히다 말썽이 나 강원도 오지의 분교로 쫓겨난 초등학교 교사다. 전교생이 5명에 불과하고 촌지를 주는 학부형도 없는 분교에서 그는 실의에 빠져 허송세월한다.

서울에 돌아갈 방법을 궁리하던 봉두는 외상값을 받으러 온 서울의 술집 종업원이 던진 한 마디(“애들이 없어져야 폐교가 되지”)에 영감을 받아 전교생을 전학 보내 학교를 폐교시킬 계획을 세운다. 봉두는 학부형 설득작전에 나서고 갑자기 열의를 보이며 아이들 특별과외를 시작한다.

강령 분교 폐교 시키기
이유 시골학부모 무 배추보다 서울서 받는 촌지 그리워
행동지침 학부형 설득하기-특별과외하기

이 영화는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차승원의 독무대다. 억지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겉다르고 속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표정이나 무료한 나머지 혼자 1인다역을 해가며 고스톱을 치는 장면들을 보면 그의 코믹 연기도 이제 몸에 밴 듯하다.

반면 김봉두를 제외하고 다른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구체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봉두의 아버지는 전직 소사아저씨(학교에서 일하는 방호원)였고, 봉두가 부임한 분교에도 말없이 일하는 소사아저씨 춘식(성지루)이 있다.

두 사람이 차의 교행이 안되는 좁은 길에서 각각 승용차와 경운기를 몰고 맞닥뜨리는 초반 장면은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듯한 예감을 주지만, 춘식은 영화에서 아무런 역할도 부여받지 못했다.

캐릭터와 드라마틱한 관계망이 허술한 상황에서 나열되는 봉두의 시골생활에 대한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준다.

한없이 착하기만 한 시골 아이들에 대한 묘사도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영화에는 ‘순수함’에 대한 믿음이 있다. 산에서 나무를 해와 번 돈으로 돈봉투를 마련해 내민 아이를 봉두가 혼내며 흐느끼는 장면 등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눈물을 통해 감동을 ‘유도’하는 이 영화의 전략은 눈물바다가 되는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 이르면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다.

제작사인 ‘좋은 영화’는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 ‘요즘 초등학교 졸업식에선 그렇게 울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졸업식 장면을 대폭 줄여 개봉할 계획이라고 한다. 감독은 ‘재밌는 영화’로 데뷔한 장규성. 12세 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