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의 제왕들’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를 차지한 동양 김병철(아래 왼쪽에서 두번째)과 신인왕에 오른 TG 김주성(아래 왼쪽에서 첫번째) 등 주요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피터팬’ 김병철(30·동양 오리온스)이 2002∼2003애니콜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다.
김병철은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유효투표수 79표 중 32표를 얻어 23표에 그친 대선배 강동희(37·LG 세이커스)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프로 원년인 97년 심판들이 선정하는 모범상을 수상한 뒤 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김병철은 이날 투표로 선정하는 상 중 최고상인 MVP를 거머쥐며 올 시즌 프로농구 최고 선수임을 공인받았다. 김병철은 또 포지션별 베스트5 선정에서도 가드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기쁨이 두 배.
MVP를 놓친 강동희는 역대 최다인 통산 6번째 베스트5에 선정되며 아쉬움을 달랬다.
신인상은 올 시즌 드래프트 1위로 입단한 ‘특급 신인’ 김주성(TG 엑써스)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76표를 휩쓸어 1표에 그친 진경석(코리아텐더 푸르미)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차지했다.
외국인선수상은 마르커스 힉스(동양)가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했고 기량발전상은 황진원(코리아텐더)의 품에 안겼다.
탁월한 수비력을 선보였던 박규현(LG)은 가장 기량이 뛰어난 식스맨에게 주는 우수후보선수상을 차지한 데 이어 기술위원(감독)들이 선정하는 우수수비상 수상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편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가리는 베스트5에는 서장훈(삼성·센터) 김주성 힉스(이상 포워드) 김병철 강동희(이상 가드)가 뽑혔다.
2002~2003프로농구 수상자부문수상자최우수선수상김병철(동양)외국인선수상마르커스 힉스(동양)신인선수상김주성(TG)우수후보선수상박규현(LG)기량발전상황진원(코리아텐더)감독상김진(동양)모범상허재(TG)베스트5강동희(LG)김병철마르커스 힉스김주성서장훈(삼성)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홀로서기 성공한 ‘피터팬’…MVP 김병철은 누구
“믿어지지 않지만 저에게도 이런 날이 왔네요.”
생애 처음으로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피터팬’ 김병철(30·동양 오리온스·사진).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했다. 그만큼 상복이 없었던 것. 지난해 소속팀 동양이 사상 처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통합 챔피언에 올랐지만 그 흔한 상 하나 받지 못했다. 프로 원년인 97시즌 모범선수상을 받은 게 유일했다.
그래서 김병철은 올 시즌 동양 정규리그 2연패를 이룬 주역이었지만 ‘베스트5’에라도 선정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김병철은 전날 밤 ‘가문의 영광’이라는 국내 영화 비디오를 봤다. 이 영화 제목대로 현실에서 영광의 주인공이 된 그는 “그동안 상을 타봤어야 뭐라 이야기할 텐데…. 너무 큰상을 받았고 코칭 스태프와 동료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김병철은 ‘홀로 서기’에 성공하며 진정한 동양의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고려대와 동양에서 1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었던 죽마고우 전희철이 시즌 전 KCC로 트레이드 되면서 팀을 이끌어야 할 중책을 맡은 것.
처음으로 주장까지 맡은 김병철은 코트에서는 폭발적인 3점슛과 과감한 속공으로 공격에 앞장섰고 경기장 밖에서는 끈끈한 리더십으로 동료들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54경기를 부상 없이 모두 소화하며 경기당 평균 36분 출전에 16.9점을 터뜨렸고 한발 먼저 뛰는 수비로 상대 주득점원을 막아냈다. 김병철은 “주장으로 나를 앞세우기보다는 팀 성적을 먼저 생각했다. 시즌 중반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김병철은 이날 부상으로 받은 300만원을 지하철 참사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연고지 대구 시민 돕기에 선뜻 내놓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신인왕 김주성“프로무대 감 잡았다”
평생 한번뿐인 신인왕. 그러기에 루키라면 으레 탐낼 만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김주성(TG엑써스·사진)이 시즌 초반부터 일찌감치 위력을 떨치며 아무도 신인상을 넘볼 수 없게 한 것.
수상자 발표 이전부터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던 김주성은 신인다운 겸손함으로 소감을 밝혔다.
―신인왕 수상 소감은….
“선배들이 열심히 가르쳐주고 함께 뛰어준 덕택이다. 98년 중앙대 신입생 때 신인상을 받고 다시 영예를 누려 뜻깊게 생각한다.”
―신인으로 어려움은 없었는지….
“지난해 국가대표 차출로 팀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시즌 초반 어려움이 많았다. 용병과의 몸싸움도 힘들었고 체력 부담도 심했던 게 사실이다.”
―프로 무대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아마추어와 프로는 차이가 많다. 장기 레이스에서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요령과 공격 패턴, 수비 등에 눈을 뜬 것 같다.”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힘을 길러야 할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이 많다. 늘 노력하며 주위로부터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목표는….
“우리 팀이 정상에 설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겠다. 기량을 끌어올려 미국 프로농구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