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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재수-삼수생 모인 盧경제팀

입력 | 2003-03-09 18:56:00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첫 ‘경제팀’에는 과거 대학입시에서 재수나 삼수를 한 분들이 유독 많아 눈길을 끕니다.

이들은 청소년기에 맛본 쓰라린 좌절이 오늘의 성공을 일구는 데 많은 ‘영양분’이 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윤제(趙潤濟) 대통령경제보좌관은 경기고-서울대 상대-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학력과 경력이 화려합니다. 그는 외국의 학술지에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한국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런 그도 대학입시에서는 삼수를 했다고 합니다. 조 보좌관은 “고교 때 교과서 대신 문학이나 역사서적을 읽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그때 읽은 책들이 나중에 학자가 되고 인생을 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복고를 수석으로 입학했으나 첫해 대학입시에는 실패했습니다. 집이 있는 수원과 학교가 있는 서울을 기차로 오가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장관은 작가 이문열씨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모범생의 모델입니다. 박 장관은 첫 대학입시에서 서강대에 합격했으나 1년 만에 그만두고 이듬해 서울대 상대에 합격했습니다.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남 함평 학다리고를 나와 재수 끝에 전남대 무역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원인은 넉넉지 않은 집안사정 때문입니다. 그는 대학생 때도 주말에는 시골집에 내려가 농사일을 도와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불태웠습니다.

김경섭(金敬燮) 조달청장도 삼수를 했습니다. 김 청장은 “삼수를 한 경험이 좋은 자산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재수생 삼수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 힘내십시오. 대기만성(大器晩成)!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