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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철의 경영과 인생]생존부등식과 도덕성

입력 | 2003-03-02 18:56:00


“제품의 가치는 가격보다 커야 하고, 가격은 생산비용보다 커야 한다.” 이 말을 부등식으로 표현하면 “제품의 가치(V)>제품의 가격(P)>제품의 코스트(C)”가 되고 이것을 생존부등식이라 부르자.

생존부등식을 훌륭히 만족시키는 제품 중에 라면이 있다. 라면은 1958년 일본에서 개발되어 우리나라에는 1963년 도입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라면회사들은 동물성 우지(牛脂)를 식물성 기름으로 교체했고, 효소분해법, 진공건조 방식 등 기술 혁신을 도입하여 라면의 품질을 꾸준히 향상시켰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라면 총 소비량은 1년간 38억식(食)으로 이것은 국민 1인당 84식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 브랜드의 라면(편의상 S라면이라 부르자)을 예로 들어 그것이 어떻게 생존부등식을 만족하는지 설명해 보자. S라면 한 봉지의 소비자 가격은 520원이다. S라면을 즐겨 먹고 있는 어느 소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고 하자. “만약 S라면의 가격이 1000원으로 오른다고 가정해도 당신은 계속 드시겠습니까?” 소비자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기가 왜 S라면을 먹는지, 즉 S라면에서 느끼는 ‘가치(V)’를 생각할 것이다. 반찬 걱정, 설거지 걱정 별로 없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따끈한 국물 맛에서 우리나라 식품문화 고유의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즐기는 것이 (이 소비자가 느끼는) S라면의 가치라고 하자. 그러면 이 소비자는 1000원을 가지고 다른 어떤 식품에서 이런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할 것이다. 마땅한 다른 제품이 없다면 그는 S라면을 (비록 가격이 1000원으로 오른다 해도) 계속 먹을 수밖에 없다고 느낄 것이다.

# 라면의 생존부등식

그러면 이 소비자가 느끼는 S라면의 가치는 최소한 1000원 이상이 되므로 그가 지불한 가격 520원보다 480원(1000-520) 이상 더 크다. 따라서 S라면은 생존부등식의 좌측 부등호, 즉 가치(V)>가격(P)을 충분히 만족시키며, S라면 한 봉지를 팔 때마다 그 기업은 480원 만큼의 순(net)가치를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기여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S라면의 수요는 자연히 증가할 것이고, 수요의 증가는 대량생산의 경제성 즉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불러들여 코스트 절감으로 이어진다. 코스트가 절감되면 생존부등식의 우측 부등호, 즉 가격(P)>코스트(C)가 만족될 수 있고, 가격에서 코스트를 뺀(P-C)만큼이 기업의 이윤으로 남는다.

오늘날 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생존부등식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인식오류(認識誤謬)다.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는 기업은 제품 한 단위를 팔 때마다 V-P만큼의 순가치를 소비자에게 기여하는 은혜로운 존재이며, 이와 동시에 기업이 축적하는 이윤은 도덕적으로 정당한 반대급부가 된다.

#생존부등식 만족 못하면 부도덕성 발생

수년전 어느 건설회사가 휴양지에 콘도를 건축했는데 분양이 저조하자 산하의 건설현장 소장회의를 소집했다. 소장 1인당 콘도 10계좌씩 판매하라는 것이 지시사항이었다. 현장소장들은 휘하에 레미콘, 미장, 목공, 도배 등 납품업자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이런 요구를 했을 것이다. 한국 굴지의 건설회사가 왜 이런 짓을 할까? 알고 보니 이 회사가 건설한 콘도는 17평형 1계좌에 2000만원씩 20명이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콘도 가격(V)은 2000×20=4억(원)인 셈이다. 소비자들은 그만한 가치가 안 된다고 느껴서 매기(買氣)가 없었을 것이고 이에 당황한 회사는 건설현장 소장들에게 이런 무리한 요구를 했을 것이다. 하청업체들이 (현장소장의 요청으로) 콘도를 구입할 경우, 그들이 느끼는 경제적 손실은 다음 납품에서 품질 부실로 이어질 것이고 이런 부실은 이 건설회사 제품의 품질 저하 즉 가치(V)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이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이런 악순환이 발생하고 급기야는 적자누적으로 기업의 생존이 위태롭게 된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yoonsc@plaza.su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