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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한방이야기]독성 강한 약재도 쓰기따라 명약

입력 | 2003-03-02 18:05:00


조선 효종 때 고위 관료였던 송시열과 허목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관계였다. 이들은 효종의 묘소 위치를 비롯한 여러 쟁점을 놓고 목숨을 걸고 싸우곤 했다. 어느 날 중병을 앓게 된 송시열은 측근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허목에게 아들을 보내어 처방을 요청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허목은 처방을 해 주었고, 아들이 가져온 처방전을 펼쳐든 송시열과 측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방전엔 사약의 재료였던 비상(砒霜)과 독성이 강한 할미꽃뿌리와 부자 등이 주재료로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송시열은 병을 고친다는 구실로 사약 처방을 내렸다고 흥분하는 측근들을 달래며 “내 병은 그 사람만 고칠 수 있다”면서 처방전대로 약을 지어 오라고 했다. 독약이 든 약사발을 단숨에 비운 송시열은 약 기운에 취해 며칠 동안 혼절해 있다가 완쾌되어 일어났다고 한다.

그 후 송시열과 허목은 왕세자 책봉문제 등으로 또 다시 계속 싸웠다고 한다. 누군가 허목에게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왜 되살리셨냐”고 물었다. 허목은 “정치적으로는 적이지만 아들까지 보내어 사적으로 부탁한 청은 거절할 수 없는 법”이라며 오히려 자신의 독약 처방을 믿고 복용해준 송시열의 인품에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살다보면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며 극한 대립을 할 때가 있지만, 많이 싸울수록 정이 더 들고 극과 극은 통하기가 쉽다.

정적의 간절한 요청에 거침없이 독약 비방을 썼던 허목과 위기 속에서 그를 믿고 따른 송시열의 관계는 마치 음(陰)과 양(陽)이 서로 대립되지만 결국 하나이듯 오묘한 것이었다.

김주영 우리한약재되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약촌부부한의원 원장, magic339@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