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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터넷 심리전이 민족공조인가

입력 | 2003-02-26 18:05:00


북한이 인터넷을 통한 대남 심리전을 강화했다는 소식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인터넷을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 특별공간’이라며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특히 북한은 인터넷 게시판을 ‘항일유격대가 다루던 총과 같은 무기’라고 규정했다. 한국 정부는 광복 전 일본과 같은 존재이고 인터넷 게시판은 정부를 상대로 독립운동을 하는 유격대들의 무기라는 논리다. 북한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들이 무엇을 노리는지가 이 한마디 속에 잘 드러나 있다.

겉으로 한 민족임을 내세우면서도 끊임없이 우리의 내부균열을 꾀해 온 북한의 이중성은 어제오늘 생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유별나게 남북공조와 민족화해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인터넷 심리전을 독려하는 표리부동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과 일본 등에 개설된 인터넷사이트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면서 북한을 미화한 내용들을 국내에 확산시켜 왔다. 국내 운동권 학생들이 북한 정보를 주로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구나 이번 합참 발표를 통해 국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게시판이 북한의 주요 심리전 대상임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국내 게시판에 만약 그들 입맛대로 의견을 올린다면 악용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지난해와 올해 두드러졌던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에 북한의 조직적인 심리전이 개입되지 않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강 건너 불 보듯’ 대응해 온 관계당국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것도 실망스럽다. 현재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북한의 인터넷 심리전에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 중 일부라도 북한의 노림수에 감상적인 민족주의로 대응해 결과적으로 그들 주장에 동조한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이 언제든지 북한에 악용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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