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대사는 18일 “나 자신도 미 성조기가 찢기고 불타는 모습과, ‘미군은 모두 살인마’라는 팻말을 본 뒤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고백한 뒤 “(한미가) 서로 상대의 감정과 정서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 조찬강연회에서 “찰스 캠벨 주한 미8군사령관(중장)이 최근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촛불시위 도중 성조기가 찢기고 불태워지는 장면에 대해 말하며 눈물을 보임으로써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이어 “미국 내에서 태극기가 불태워졌다면 분명히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캠벨 사령관이 성조기 부분에서 눈물을 흘린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캠벨 사령관은 미국 C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60minutes)’이 9일 방영한 ‘양키 고홈-한국의 반미정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부 시위대가 미 성조기를 불태운 것을 거론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밥 사이먼 기자가 “미군기지에 화염병이 날아들고, 성조기가 불타는 장면을 보면 미국인들은 ‘거기(한국)서 뭘 하고 있나’라고 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하자 “우리는 일시적 감정을 토대로 국가정책을 짜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입술을 떨었고 눈물을 글썽였다.
캠벨 사령관은 기자가 “당신은 매우 차분하게 반응하는데 성조기가 타는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느냐”고 다시 묻자 “나는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군인으로서 조국에 헌신하기로 한 우리의 역할은 (한국인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감정이 매우 북받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 장면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방송이 나간 뒤 CBS에는 물론이고, 한국 공관에도 미국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많이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드 대사는 다만 “CBS의 한국 촛불시위보도가 균형 잡힌 보도는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시위대가 성조기를 찢어 불태우고, 미 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진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고, 이것이 미국에서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허버드 대사는 “지금은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고 서로가 파트너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건전한 동맹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양국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한 방송이 제가 CBS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을 증오한다(hate)’고 말했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에 분개하는(resentful) 한국인들이 있다’고 한 말을 왜곡 보도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