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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살 생중계…美 20대 웹카메라 앞에서 마약복용

입력 | 2003-02-05 18:26:00


“난 황홀경으로 빠져들고 있어.”

“(약을) 더 삼켜봐.” “한 알만 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의 컴퓨터 기술자인 브랜든 베다스(21)는 지난달 12일 새벽 ‘리퍼’라는 가명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채팅방을 개설했다. 그리고 벌거벗은 채 마리화나와 각종 약병을 옆에 쌓아둔 뒤 웹카메라를 켰다. 자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 위해서였다. 곧 12명이 채팅방에 들어왔다.

“리퍼, 한 알 더 먹어봐. 네가 쓰러질지 더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해 죽겠어.”

시간이 흐르면서 채팅 참가자들은 마치 컴퓨터 게임 주인공에게 지시하듯 다그쳤다. 베다스씨는 합성마약진통제 등 자살용으로 쓰이는 약을 계속 삼켰다.

채팅이 시작된 지 1시간 2분 만에 베다스씨는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다. 채팅 참가자들은 그때서야 겁에 질린 듯 “너무 부채질한 거 아냐” 등의 말을 주고받으며 황급히 로그아웃했다. 14시간 뒤 베다스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단순한 약물자살인 줄 알았던 그의 죽음은 최근 채팅기록 등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던졌다. 유족들은 채팅 참가자들을 자살 방조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확고한 결심을 하고 약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외신들은 4일 “인터넷 자살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